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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향수는 매력 제로다. 아버지로부터 처음 향수를 선물 받은 스무살부터 향수의 매력에 빠져 수집을 해 온 나는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향을 맡으면 어느 브랜드의 어떤 향수인지는 대략 맞춘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유명브랜드라 하더라도 여기저기서 맡게 되는 흔한 향수는 매력이 없다. 브랜드가 매력 없다기보다는 그 향을 선택한 사람이 개성 없어 보인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향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아우라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때 남성향수의 대명사로 소문난 D향수를 사용하면 아주 잘나가는 남성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D향수가 굉장히 멋지고 좋은 향임에도 불구하고 생김새와 성격이 다른 모든 남자들이 한결같이 D향수 향기를 풍겼을 때는 매력이 반감되었다. 그 남자만의 느낌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향기와 사람과의 관계에 민감한 내가, 향수를 사용한 사람의 개성을 느끼게 해 한 눈에 반해 버린 향수가 있으니 바로 크리드 향수다. 크리드 향수를 처음 접한 건 2002년 영국 런던 여행길에 들렀던 헤롯백화점에서였다.

   
 
   
 
백화점 안을 돌아보다 크리드 향수 매장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크지 않은 매장이었는데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범상치 않은 디자인의 향수병이 눈길을 끌었다. 처음 보는 브랜드라 호기심에 몇 가지 향을 시향 하다가 핑크색 병에 든 향수를 손목에 뿌렸다. 가격을 물으니 다른 브랜드 향수가격의 2배가 넘었다. 깜짝 놀라 시향만 하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한참 백화점을 구경하다 화장실에 들렀다. 최고급 명품 백화점이라고 하더니 역시 헤롯백화점은 화장실도 달랐다. 마치 개인 파우더 룸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신기한 것은 많은 향수들을 구비해놓은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 고객을 위해 그것도 유명브랜드의 향수를 화장실에 구비해놓다니....고객들이 향수병을 몰래 가지고 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신기해하며 향수를 살펴보고 있는데 금발머리 중년 여성이 다가와 나에게서 나는 향기가 좋다며 여기 있는 향수냐고 물었다. 크리드 향수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oh! creed!'라며 경외심에 가득찬 표정을 지었다. 그로부터 4년 뒤,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크리드 향수를 다시 만났다. 런던 헤롯백화점에서 손목에 크리드 향수를 뿌려본 후 우리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어기억 속에서 더듬더듬 향을 기억해 내려 애썼던 핑크색 병 <스프링 플라워>가 고고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판매원이 다양한 향의 시향지를 주었지만 나는 주저 없이 17살 소녀 뺨처럼 곱게 물든 핑크색 향수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로 주세요” 첫사랑처럼 기억 속에 가물가물 남아있던 향이었는데 스프링 플라워를 스프레이하자 런던 헤롯백화점과 그 시간에 함께 했던 낯선 사람들의 얼굴이 퍼즐처럼 머릿속에 하나둘 씩 안착되기 시작했다.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품고 솟아 나오는 지니처럼 수 많은 영상들이 피어올랐다.

   
 
   
 
그렇게 다시 만난 크리드는 지금은 내 화장대를 지키며 의미 있는 날, 나와 외출을 같이하는 연인이다.

크리드(CREED)향수는 1760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영국 황실의 총애를 받은 크리드는 빅토리아 여왕 시절, 황실 공식향수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유럽의 많은 왕실들이 크리드를 공식 향수로 지정했고 1854년 프랑스 유지니아 황후는 크리드 향수를 더 가까이에서 즐기고 싶은 마음에 크리드의 본거지를 파리로 옮기게 했다.

크리드의 향수는 99%이상 순수 천연 자연 원료를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향수가격이 아주 고가다. 재료에 따라 1억원이 넘는 향수가 제조되기도 한다.(물론 이 향수는 유럽 황실이나 아랍 왕족들이 주문하는 경우다.) 크리드는 일반 다른 향수에 비해 알코올 함유량이 5%미만이라 피부자극이 거의 없고 냄새에 대한 알러지가 덜한 편이다. 이런 이유로 크리드는 천연 순수 재료를 찾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찾아다닌다.

일반적으로 향수 제조업자들이 대량생산을 위해 수제 혼합기술을 포기한 것과 달리 크리드는 모든 생산을 100% 수작업 한다. 이 수제기술은 중량 측정, 혼합, 분쇄 그리고 여과작업등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했던 창업자 헨리드 크리드 이후 24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크리드의 향수는 모두 맞춤 향수로 제조된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향수를 갖고 싶어 하는 세계 각국의 왕족과 헐리웃 스타들은 자신만의 크리드 향수를 갖기 위해 수만 불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크리드 향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리드가 만들 수 있는 커스템 메이드 향수는 1년에 단 15종에 불과하다.

맞춤 향수인 크리드는 제조를 의뢰한 주인의 취향과 이미지에 맞춰 향수를 제조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향수는 본인에게 5년간 독점할 수 있는 개인소유권과 함께 10리터가 제공된다. 5년이라는 기간 동안에는 일반인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5년이 지나고 나면 향수의 소유권이 크리드에게 넘어가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내가 처음 구입한 스프링 플라워(Spring Flower)는 오드리 헵번을 위해 만들어진 지극히 여성적인 달콤한 향수다. 천상의 꽃향기가 느껴지는 플러리시모(Fleurissimo)는 그레이스의 결혼식을 위해, 신선하고 현대적인 느낌의 로얄 워터(Royal Water)는 다이애나 황태자비, 밀레지움 임페리얼(Millesime Imperial)은 사우디 아라비아 왕자 샤를 위해, <그린 아이리쉬 트위드>는 케리 그란트를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샤론스톤과 해리슨 포드, 줄리아 로버츠가 향수를 주문하고 사용 중이라고 한다. 몇 년이 지나면 그들의 향수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언뜻 보면 늠름한 제독을 보는 것 같고 또 어찌 보면 기품 있는 여왕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크리드 향수병이 어떤 컬러로 옷을 입고 어떤 매혹적인 향을 담아 우리 앞에 나타날지 자못 궁금하지만 나의 화장대 위에는 아직도 나를 남다르게 꾸며 주는 다양한 모습의 크리드가 있어 후덥지근한 여름날 나의 외출이 향기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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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순수재료 <크리드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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