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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하얀 눈으로 뒤덮인 비엔나를 떠날때 아쉬운것 중 하나는 떠나기 직전에야 비로서 알게 된 사커 토르테와 함께 비엔나 멜란지(우리에겐 비엔나커피라고 알려진 거품 있는 부드러운 커피) 한잔을 할 때 느끼는 상태 로 말이다.

만일 떠나기 직전이 아니라 첫해부터, 아니 최소한 두 번째 해라도 그 맛을 알았다면 비엔나에서 행복지수가 얼마나 높아졌을까.

미련한 나는 다섯 번째 나라인 이곳 싱가폴에서 또다시 같은 후회를 반복하고 있다.

또 다시 떠나기 두 달 전쯤에야 비로소 맛을 알게 된 두리안이 바로 그것이다.

3년 내내 쳐다도 안보다가 얼마 전부터 두리안을 사기위해 쇼핑몰을 들락거려야 했다.

생각해보니 두리안과 사커 토르테는 공통점이 참 많다.

무엇보다도 두 가지 모두 ‘왕’이라고 불린다.

하나는 처음 맛보면 시금털털하고 씁쓸하기 그지없는 볼품없는 케이크이며, 또 하나는 흉측한 냄새만으로도 기겁하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 만남이 좋지 않으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점도 같은 점이다.

사실 이것들은 우리가 비엔나와 싱가포르에서 사는 기간 내내 우리주위에 있었다.

다만 우리가 맛을 알지 못해서 누리지 못한 것뿐이다.

주위에서 그것이 과일의 왕이라고 아무리 권유해도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저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맛보기도 전에 냄새에 질려서 도망가거나, 마지못해 한번 시도하더라도 그 맛의 진수를 알기에 필요한 만큼 최소한의 기다림과 진지함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질보다는 쉽게 눈에 띄는 피상적인 것에, 진지함이 배어있는 고집스러움보다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주류가 되어가는 이 세대의 강물은 진중함이라든지 기다림을 점점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우리가 두리안의 맛을 모르고 지나간들 다소간 아쉬움이 될 수는 있으나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은 아니다.

즐기면 좋지만 설령 모른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후회할 만큼 소중한 것은 아니기에 말이다.

그러나 만일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생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 소중한 것을 이 땅에서 삶을 마감하고 떠나는 날, 평생 우리의 주변에 있었지만 모르고 지내다가 만일 떠나기 직전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면 그 아쉬움이 두리안 몇 개 맛보지 못한것과 비교 할 수 있을까?

소중한 것일수록 쉽게 가까이 가지 못하게하는 장애물들이 이런 저런 모습으로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먹는 것 하나조차도 이러 한데, 만일 우리의 생명에 관계될 만큼 소중한 것이라면 가리는 것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 소중한 것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말이다.



글_ 조대식(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뉴스보이 Arts & Culture (http://www.artsn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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