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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거장의 그늘에 가려 희생과 인내의 시간이 더 많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 자신 또한 예술가라면 그 희생의 몫은 더 크지 않았을까?

민족혼을 간직한 세계적인 예술가로, 현대미술의 세계적인 조각가로 알려진 문신(1923~1995)의 예술업적이 속속 발굴되고 재조명, 재평가되는 이면에는 그의 예술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해온 예술가 문신의 아내 최성숙 관장(64)의 남다른 노력과 추진력이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문신이 영광이 보장된 유럽 화단을 뒤로 하고 오랜 외국생활에서 조국으로 영구 귀국해 국내 활동을 시작한 지 30주년, 타계 15주년, 그리고 문신의 대표작 ‘태양의 인간’이 발표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때맞춰 그의 예술을 보존하고 기리는 미술관과 아틀리에가 건립될 예정이고, 세계 석학들과 조각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대회와 국제조각심포지엄 개최를 앞두고 있어 최관장의 발길은 더욱 분주하다.

지난 9일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의 기념축제 ‘거장의 운명’전(~5.31)을 앞두 고 미술관에서 그를 만났다.

 

필생의 사업, 자료 정리와 디자인 아카데미 설립

“축복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좋은 생각만 하고 살려고 합니다.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모아 온 자료들을 정리해서 연구활동의 뒷받침이 되게 하는 게 우
선 과제지요. 대학에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입니다.”

최관장은 숙명여대 미술관의 자료실에 보관된 문신예술의 자료들, 작품 초기 구상 시안과 작품, 전시자료, 친필원고, 일기, 편지, 활동사진, 해외 각국의 언론에 보도된 신문 기사들, 드로잉 작품 등 방안 가득 쌓여있는 자료들을 보여주며 살아생전 해야 할 일들이 있음을 강조한다.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은 대학미술관 1호로 1999년 연구소가 설립되어 미술관으로 발전했다. 문신아카데미의 본산으로 문신예술의 연구 메카이기도 하다.

숙명여자대학교 이경숙 총장의 제안으로 설립된 미술관은 그동안 문신예술 총괄 관리를 맡아 보존 관리 및 세계적 지평의 확대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문신미술관은 문신과 최관장이 귀국 후 문신의 고향인 마산의 바다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황무지 야산을 깍고 손수 집을지어 설립한 마산시립미술관( '사랑하는 고향 마산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문신의 생전의 유지를 받들어 최관장이 2003년 6월 마산시에 기증했다.)과 숙명여대 미술관에서 기획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오는 7월, 마산에 문신 원형미술관이 개원하고 연말쯤에는 경기도 양주시에 문신 아틀리에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로서 기존의 마산 시립문신미술관,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등 4개의 문신미술관이 전국에 세워지게 된다.

아울러 문신 원형미술관 개원에 즈음해 세계 조각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조각심포지엄이, 문신 아틀리에 건립 때는 세계 미술계 석학들의 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어서 문신예술의 부흥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한 예술가를 기념하는 미술관이 4개나 세워지고 매년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열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동안 최관장의 눈물과 회한의 시간이 고스란히 밑거름이 되어 빛을 보게 되는 셈이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예상치 못하게 타계한 거장 문신을 미술관 언덕에 안치한 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할 겨를도 없이 질곡의 아픔들을 감내하면서 질풍노도의 세월을 달려온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제 그는 미술관 운영을 책임지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며 많은 사업들을 앞에 두고 재정문제 해결과 신인 예술가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방안으로 디자인 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 ‘거장의 운명’전을 개막하며, 그는 문화마산을 함께 이끌 ‘디자인아카데미 Moonshin' 설립을 선언했다.

 

   
 
   
 
화가로, 문신예술의 전도사로

“우리는 남자와 여자를 떠나 예술가로서 함께 살아왔지요. 문신선생님은 늘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한다.”고 일갈했듯이, 천상 작가였지요. 그에게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예술가로 작품을 통해 보여 주었습니다.” 최관장은 그가 기억하는 문신에 대한 추억을 이렇게 답했다.

그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30년 전 프랑스 파리에 그림 공부하러 갔다가 문신을 만났다. “둘이 마음이 통해 스물다섯의 나이차에도 결혼을 했지요.”

그는 문신을 설득해 1980년에 고향인 경남 마산으로 귀향했고 그곳에서 선생님이라 부르는 남편 문신이 예술가로서 작업에 전념할 수 있게 내조했다. 문신이 88올림픽조각작품으로 이름을 알리고 10차례의 국제전시회를 비롯해 회고전 등 숱한 해외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조각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손수 가꾸고 만들어 온 2300여평의 마산 시립미술관을 기증한 것도 예술은 예술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문신이 세상을 떠나고 기증하고 남아있는 나머지 작품을 관리해 오면서 문신예술을 알리고자 고심해왔다. 그마저도 토탈 아틀리에와 원형미술관에 기증했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습니다. 문신선생님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전시행사로 바쁠 때는 직접 미술관 화장실 청소도 마다않는 그는 지난 한해 유난히 분주했다. 세계적 조각가 문신의 국가 브랜드화를 위한 세미나 및 특별전시회를 비롯해 문신예술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
리는 중에도 화가로서 역량을 발휘해 자신의 그림을 그려 월간미술 기획초대로 ‘신의 요정-카프리치오’전을 열었다. 또한 편저 ‘MOON SHIN Theme Drawings'를 발간하는 등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

화가인 그는 이제 파리 시테 아틀리에 입주작가로 한국과 파리를 오가며 자신의 예술적인 성취에 몰두하는 한편, 외롭고 고독한 예술가의 길을 질주하며 치열한 예술혼을 붙태운 문신의 예술이 영생하기를 바라며 일할 뿐이다. 그리고 이제 문신 예술과 디자인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도를 꿈꾼다.

글_임효정 / 사진_숙명여대문신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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