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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출연자를 찾고 선택하는 캐스팅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보통 캐스팅을 극중 인물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미 정해져 있는 극중 인물의 이미지는 실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캐스팅은 극의 의도를 좌지우지하는 매우 강력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다. 먼저 스타 마케팅 등의 흥행적 목적은 배제하고 순수히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만 캐스팅을 다루겠다는 걸 미리 밝힌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란 작품의 햄릿을 어떻게 그릴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하자. 햄릿은 해석에 따라 매우 유약하고 우유부단하며 소극적인 인물로 그릴 수도 있고 매우 고집 세고 반항적이며 적극적인 인물로 그릴 수도 있는 여러 가능성을 가진 역할이다.
만약 가냘픈 모습에 순정 만화에 어울릴법한 미소년의 이미지의 배우가 검은 상복을 입고 가늘고 애수에 찬 목소리로 햄릿의 상황에서 그의 대사들을 한다면 그 말들은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만들며 실행하지 못하는 심약한 지식인의 상징적 이미지로 비춰지기 유리할 것이며 운명에 휘둘려 자신이 원치 않는 결말에 이르게 되는 인상이 강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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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명한 의도가 반영된 캐스팅은 나머지 무대 요소들의 창작과 선택 또 그 유기적 결합을 앞서 이끄는 힘도 가지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닐 때 연극 제작 실습을 주로 지도하시는 한 교수님께서는 연출을 맡고 싶어 하는 학생이 찾아와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 작품 속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그 마음 속에 있느냐고 먼저 물으시곤 했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연출하고 싶다며 제작실습 참여를 희망했다면 그에게 네 마음 속에 햄릿이 지금 있느냐고 물어보시는 거였다.
이 질문은 두 가지를 동시에 물으셨다고 판단된다. 네 마음 속에 그려지는 구체적인 모습의 햄릿이 있느냐는 것과 그 햄릿을 맡아 참여할 연기자가 있느냐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주저하는 학생에겐 그분은 이어서 하나의 원칙을 말씀하시곤 했다.
“햄릿 없으면 햄릿 하면 안 된다.”
자신의 의도대로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 작품 속 인물이 의도대로 그려져야 하는데 그 인물을 구현할 연기자가 확보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의도를 살릴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대학에서의 제작 실습은 그 캐스팅 범위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연출을 맡을 학생의 마음에 그 주인공이 미리 정해져 있어야 했을지 모른다. 물론 이 방식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기도 하다. 중심인물이 분명한 작품의 경우 그 주인공이 가장 먼저 결정되어 있거나 그 적합한 연기자를 찾는 것에 사전에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캐스팅 범위가 분명히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그 구성원에 맞게 작품의 의도를 맞추는 것이다. 배역결정 없이 참여할 연기자들이 먼저 정해지고 그 안에서 뭔가 특별하고 재미있는 의도를 개발하면서 배역이 정해지는 것인데 필자도 흔히 쓰는 방법 중 하나이다. 단원을 보유한 전문 극단들이 단원들 내에서 배역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에도 같은 방식을 취한다. 이런 경우엔 개성이 분명히 다른 실력 있는 연기자들을 골고루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 다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같은 대본이라도 열 명이 읽었다면 열 개의 다른 느낌이 존재한다. 이들의 다른 느낌은 곧 열 개의 다른 의도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캐스팅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캐스팅 이전에 제작자와 연출을 비롯한 참여자들의 작품 의도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필요한 이유다. 캐스팅을 어떻게 하느냐는 그 작품이 관객에게 얼마만큼의 직접적인 설득력을 확보하느냐의 문제이다. 관객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존재가 바로 연기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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