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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무용'으로 춤 역사를 새로 쓰다
[이 시대의 참 춤꾼] 정귀인의 춤 세계와 만나다


예술의 관심사는 결국 자연회귀이다. 춤은 본질적으로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신념으로 청춘을 바치고 있는 춤꾼 정귀인의 이데올로기는 자연주의. 인본주의의 추구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자연복원에 근저를 두고 있다. 정귀인은 <동동>을 통해 파도의 역동적 에너지의 이미지들을, 인간의 기(氣)의 변화처럼 심미적으로 형상화해 냈다. 그는 <토우> <어머니의 등> 등을 통해 우주의 오묘한 섭리들을 추구해 왔는데, 특히 <어머니의 등>은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 한국의 어머니들의 파란많고 뼈저린 고통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런 작업들은 그의 ‘환경무용’의  자연복원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하고, 썩어가는 온천천에서 고기를 낚는 안무 작업들은 그 어떤 큰 캠페인보다 설득력 있었다. 그의 작업 여정들은 이렇게  인간에 대한, 모성 회귀의 자연에 대한 진실 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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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으로 철학을 하고, 춤으로 시를 쓰는...이 시대의 참 춤꾼 정귀인.  


 

그가 살고 있는 동네는 바닷가이다. 바다가 그림같은 동네에서 그는 파도처럼 힘이 있는 역동적인 춤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는 바다를 까뮈처럼 좋아한다. <동동>은 그가 살고 있는 푸른 바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봄바다에서 여름바다로 바뀌고 있는 광안리의 바닷가. 바다를 보면서 물비늘처럼 퍼덕이는 몸의 언어를 생각한다. 그의 춤은 그래서일까. 늘 바다처럼 싱싱하다. 그는 위대한 자연의 춤앞에서 자연만큼 힘이 있는 몸의 언어를 꿈꾼다.

자연의 詩는 춤이다

정귀인은 바다만큼 다양한 삶의 바다, 영화의 바다를 좋아한다. 음악의 바다도 좋아한다. 사진의 바다도 좋아한다. 다양한 예술 바다를 수용하면서, 그는 항상 춤과의 접목을 생각하고, 어두운 영화관에서도 춤을 생각하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늘 춤을 생각한다. 한 장의 힘든 역사의 사진 앞에서는 더욱 고통스러운 철학보다 깊은 사유의 춤을 생각한다. 그는 몸으로 시를 쓰는 춤꾼이다. 그는 말한다. 그에게 자연의 모든 것, 삶의 모든 것이 춤이라고. 그에게 춤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그의 작품은 대부분은 가볍게 감상하는 춤으로는 약간은 무겁다. 마치 젖은 날개의 나비의 춤처럼.

“<어머니의 등>은 영화 < 쉰들러 리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입니다. 어느날 <쉰들러 리스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한편의 영화가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고, 지난한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데, 춤을 추는 나는 뭔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나도 예술가라면,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 하나쯤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자각이 불처럼 가슴에 닿더군요. ”

 <어머니의 등>은 이렇게,  유태인들의 모국의 아픔을 연상하면서  탄생된 작품이다. 역시 <토우>도 같은 경우다.

 “어느날 우중에 경주국립박물관에 들렀어요. 여러 신라의 유물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더군요. 토기, 와전, 금관, 불상, 옥구슬, 장신구 등등 그러나 나의 시선을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토우였습니다. 아니 그것은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형상으로 빚어진 토우들...남자,여자,새,이름모를 짐승들...질박하고 소박하며 희화적이고 다정한 이 토우들...결코 다듬어지지 않고 제멋대로 만들어진 듯한 이 수수께끼같은 유물들...이 충격을 오랜동안 남몰래 가슴에 감추고 언젠가는 작품으로 표현해보자 노력했어요. 토우는 오늘날 한갓 우리에게 유물로서 전해지지만, 이 불가사의한 흙덩어리를 통해 역사를 뛰어넘는 교감을 즉 신라인과 현대인의 정신적 교류를 작품으로 시도해 보았지요.”

정귀인. 그는 전라남도 벌교에서 태어났다. 비교적 풍요했던 그의 집. 아버지는 예인은 아니었으나 가무를 좋아했고, 그는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런 끼를 가진 계집애였다. 어린 나이에 굿거리, 혹은 악극단을 찾아 몇 시간이고 넋을 잃고 구경하는 것이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그의 재능을 눈치채고 7세에 춤을 시작케 했다. 이런 그는 금란여중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춤에 입문케 된다. 

춤으로 썩어가는 온천천 살리다 ?

그의 춤에 대한 뜨거운 열망은, 1980년 미국 콜롬비아 대학으로 향하게 한다. 그의 부푼 꿈은 태평양을 건너가나, 그는 그곳에서 곧 절망한다.

“ 정말 그들 속에서 내가 원숭이처럼 느껴졌어요. 리허설 극장 벽면에 걸린 거대한 거울 속에서 다리가 길고 얼굴이 흰 그들 속에 끼인 나의 모습을 보았어요. 왜 그렇게 작고 까맣던지...정말 환멸감이 일더군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 나는 한국인이구나. 왜 내가 이 먼 곳까지 현대무용을 배우러 왔던가 후회하기 시작했죠. 그 순간 나는 한국인이고, 나는 한국 춤을 추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거울 같은 것이었죠. 그래서 나는 한국을 알기 위해 나를 알기 위해 그들을 더 알고 싶어했고, 그들의 문화, 풍습, 의식들을 세밀히 관찰하면서 나는 진정한 한국을 알게 되었고, 나를 알게 되고 한국의 춤을 알게되었습니다. 내가 어떤 춤을 추어야 하는 지를 유학하면서 깨달은 것이죠. 저에게는 정말 귀한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미국에서 <아리랑>을 만들어 예상치 못한 호평을 받게 된다.

“정귀인의 <아리랑>은 한 폭의 잘 그려진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뉴욕 타임즈 1982 잭 앤더슨)”

정귀인은 타고난 재능있는 춤꾼이고 안무자이다. 또한 그녀는 잠재적인 예술적 심성을 지닌 사람이다.

(1983.뉴욕 미미 가레이드)

“정귀인은 예술적 감각과 뛰어난 표현력을 지닌 춤꾼이다. 동양적인 것과 현대적 서양춤의 면모를 함께 지닌 사람으로서 이런 양면은 그녀의 작품을 독창적이고, 또한 그만이 가질 수 있는 춤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1985. 뉴욕 로버트 던)  등등 많은 호평을 받은, 그는 미국 속에서 '한국의 춤'을 깨닫게 된 것이다.

 ”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아야 자신의 얼굴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나는 그들을 통해 우리를 본 것입니다."

 이렇게 그는, 한국인의 진한 정서와 심성이 배어있는 작품 <산사에 뜨는 달><광대별곡><베개 속의 도깨비들><토우 2><토우 3><씻김> 등을 창작 안무, 시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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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으로 썩어가는 온천천 살리다 ?  

그리고 그는, 한국최초 '환경무용'을 시도한 춤꾼으로 '한국 춤'의 획을 긋는다.  <청포에 머리 감고> 등 부산대학교 지하철 역, 썩어가는 '온천천'에서 작품을 올렸다. 자연사상을 근저에 두고, 환경의 심각함을, 높은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작품들은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웠다.

“춤으로도 시대의 아픔, 역사까지 기록할 수 있습니다.”

힘을 주어 말하는 그의 눈빛은 불타오르는 춤에 대한 열망만큼 깊고 빛난다. 그의 ‘환경무용’ 공연 애착은 춤꾼으로서의, 세상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관심에 대한 메세지이다.

 “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온천천을 걷다가 구상케 되었는데, 의외로 반응들이 좋고, 또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나의 임무인 것같습니다. 춤도 말을 해야 하는 세상이 된것이죠. 하긴 춤은 이미 몸으로 말을 하지만...몸짓이상의 말이 이젠 춤에 필요한 것같습니다. ”

그는 환경무용시리즈로 어디서든 춤은 공존할 수 있단 것을, 더욱 절실히 터득케 되었다고 한다.

 “ 춤은 무대가 따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들판, 바닷가, 강가....그것들이 다 무대라고 봅니다.”

“ 가장 한국적인 춤이 가장 현대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시대에 맞는 감각의 흐름을 가미해야 하겠지만요. 한국 춤이라고 고집스런 전통만 승계하는데 끝난다면 춤은 이미 춤이 아니라 박제된 예술에 불과합니다.”

 “생각 없는 춤은 인형이 추는 춤에 불과해요.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는 춤이 될 때 진정한 예술이 되는 것이죠.”

그는 지금. 부산대학교 무용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친다. 그는 지금 대단히 행복한단다. 더구나 바다와 함께 사는 그의 일상은 평화롭다고 말한다. 하지만,  춤이 갖는 일회적 한시성에 대해 가끔은 허탈해 하는 것도 진심이라고 털어 놓는다.

 “가끔 춤이 재 같다는 생각을 해요. 춤꾼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둘러서서 손을 꼭 잡아주죠. ”

그의 춤이 재 같다는 생각..... 그러나 재로 인식되는 춤이기에 그녀의 춤을 향한 열망은 더욱 용광로처럼 끓어오른다.

“그런데 그 허탈함을 채우는 것도 역시 춤이에요. 그래서 더욱 춤에 매달리죠. 춤으로 비우고 춤으로 채우는 반복이에요. ”

그의 춤은 나비보다 가벼워 보인다. 그러나 그의 내면은 바다처럼 깊은 춤의 물결이 출렁이는 듯.


인터팬 타우루스 기자
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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