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시국미사 말말말
경찰과 시민 양측에서 비폭력을 모두 사수하려 나선 사제단. 첫날 그들은 훌륭히 이 역할을 완수했다. 평화적으로 분위기를 조율할 수 있었던 그들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김인국 신부를 비롯한 사제단은 이날 거듭 "평화시위가 깨지면 촛불은 꺼진다"라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장감만으로 군중을 설득한 건 아니었다. 재치있는 화술과 유머로 평화적 분위기를 주도하고 또 경찰과 정부를 향한 감정을 누그러뜨린 것이 주효했던 모습이다. 군중들의 폭소를 유도했던 발언들을 소개한다.
"승리의 조건은 '질긴 놈'이다!"
- 김인국 신부. 미사 중 "승리의 조건을 알려드립니다"라 고하자 시선이 집중됐다. 그런데 다음 내용이 예상을 깬다. "질긴 놈이 이긴다"라고 돌발발언, 실소를 터뜨리게 했다. 그는 "누가 더 질긴지 한번 해보자"고 외쳐 촛불집회가 계속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경찰 형제에 사랑 보낸다"에 "어떻게 보낼 건데요?"
- 가두행진을 앞두고 사제단은 평화시위와 경찰에 대한 유연한 대응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김인국 신부는 "경찰 형제들에게도 사랑을 보낸다"며 저들이 증오가 아닌 애정의 대상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옆에서 동료가 도와주질 않는다. 마이크를 잡더니 "어떻게 보낼 건데요?" 라고.
군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김 신부는 잠깐 주저. 그러나 관록이 어디 갈까. 곧바로 더할 나위없는 현답이 나왔다.
"우린 저들의 호위를 받으며 행진할 것입니다"
환호가 일었다. 행진에 함께 움직일 경찰들의 그것을 두고 더 이상 감시나 위협이 아닌, 우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어째 이상했던 구호
- 김인국 신부는 집회참여자들이 외칠 구호를 마련해 왔다. 네번에 걸쳐 이어지는 구호였다.
"촛불이 승리한다."
"평화시위 보장하라."
"재협상을 실시하라."
여기까진 평이했다. 네번째가 묘하게 에스컬레이터되며 압권으로 남았다.
"국민들을 때리지마!"
박수로 성명 끊기자 "이왕친 거 제대로 하지?"
- 전종훈 사제단 대표는 이날 미사의 핵심인 성명의 집전을 맡았다. 성명은 몇 번인가 끊겼다. 다름아닌 박수소리 때문. 최초의 사건은 이것. 그가 "어둠이 빛을 이긴적 없다는 성경을 묵상하며 우리는 국민들의 촛불을 격려한다. 여러분들의 촛불을 지켜드리겠다"고 한 부분에서였다. 공식적으로 사제단이 촛불의 편에 섰음을 선포하는 순간 앞에 자리한 이들 사이에서 산발적으로 박수소리가 터졌다. 그런데 여기서 낭독이 끊김에 따라 어색한 분위기가 자리했다.
그러나 곧이어 스피커로 전해지는 음성이 사람들을 자지러지게 한다.
"이왕 친거... 제대로 크게 좀 하지?"
이견의 여지가 없는 듯 박수가 시청광장을 가득채웠다. 이후엔 노하우(?)가 생긴 듯 부분부분 끊겨도 어려움 없이 집전이 이어졌다.
"여러분 대통령 사랑하시죠?"
- 김인국 신부의 돌발발언. 군중들은 반사적으로 "아니요!"로 화답했다. 그러나 김 신부는 "대통령을 우리가 사랑의 힘으로 깨우쳐 드려야 한다"고 웃었다. 폭소나 실소와는 다른 묘한 웃음이 번지자 그는 "우린 남쪽으로, 소실된 남대문으로 향합니다. 더이상 대통령을 찾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찾을 것은 국민이 있는 남쪽입니다"라며 남쪽으로 향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군중들은 순한 양(?)이 되어 사제단의 십자가를 따라 평화행진에 나섰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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