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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 실종된 베이징 올림픽 붐


"그러고 보니..."

새삼 놀란 사실. 무심코 인터넷 페이지를 넘기다 주춤했다. 한 켠에 떠 있는 문자, D-17.

디데이를 카운트하는 행사라 하면 맨먼저 떠오를게 달리 있는가. 올림픽 아니면 월드컵. 그렇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불과 2주 남짓한 시기다.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열병과도 같은 환희의 이름. 20년전 우리 국민들 모두가 주연에 올라 갈채의 감동을 느꼈던 올림픽이 이제 이웃나라 중국에서 펼쳐진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이 사실. 그런데,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 같은 사실이 피부에 전혀 와닿지 않는 점이다.

그렇다. 너무나 조용하다. 이 시점에 들어섰다면 매스컴은 물론이요 인터넷 세상에서도 최대 이슈에 오르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왔던 건 지나친 선입견이었나.

검색어 '올림픽'을 검색창에 살짝 올려놔 봤다. 역시나. 사이트 검색 결과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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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 다음 '올림픽' 검색결과 사이트 부분.

관련 사이트 1위인 공식 사이트를 비롯, 각 사이트의 인기순위는 하나같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식 사이트의 주간 순방문자는 1만명을 밑돌고 그나마 지난 주에 비하면 전체 순위가 1800계단 가량 급락했다. 그 뿐인가. 한국판 사이트는 더욱 처량한 신세. 이 주 랭킹은 9만6967위로 지난주에 비해 무려 6만9000여계단 떨어진 수치다. 한 주사이 2만대에서 9만대로 추락, 10만위권 밖으로 내몰릴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는 것. 우리나라 선수단에 대한 소식 사이트 역시 7500계단 이상 떨어지며 2만1900위 안팎이다.

포털 스포츠 뉴스 섹션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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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새벽 2시 다음 스포츠 메인 상황. 축구 올림픽대표팀 소식 외엔 관련 기사를 찾기 힘들다 

메인란에서 올림픽과 관련된 것은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좌측 상단의 D-17과 축구대표팀에 대한 소식 뿐. 그 외의 관련 기사나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선 곧바로 몇가지 추론이 나온다. 먼저, 국내 정세에 있어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 최대 이슈는 역시 촛불정국과 쇠고기 파문. 비록 지난 5, 6월 만큼의 볼륨은 아니지만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있고 이와 관련한 파동은 여전히 정국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대북, 대일 문제 등 외교 관련 중대사태가 동시간대에 겹쳤다. 금강산에선 박왕자 씨가 총격피살로 희생됐고 일본과는 독도를 놓고 첨예한 대립 중.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는 출범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혹독한 계절을 나고 있다. 여기다 주식도 급락세.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할 것 없이 신문 및 뉴스 섹션마다 한숨나오는 이슈로 연일 포화상태니 "지금 올림픽이 문제야?"란 말이 나올법도 하다.

하지만 이유가 과연 이것 뿐일까. 그간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에 국민들이 보였던 관심을 떠올려보라. 스포츠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렇다. 또 하나의 주요인으로 지적하라면 이것. 지금은 앞서 말한 촛불 정국 등으로 묻힌 감이 있지만 성화 봉송 당시의 난리, 티벳 사태 등으로 인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국내 여론은 줄곧 악화됐었다. 국제 여론의 '보이콧' 바람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고 논란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성화봉송중 폭력사태까지 빚어짐에 따라 반중 감정이 파다하게 번졌던 것. 당시 서울에서의 불미스러운 사태는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1면에까지 소개된 바 있다. "차라리 꺼져 버려라"는 독설이 인터넷 각 댓글반응을 뒤덮었다. 그리고 이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성화는 봉송 중 어떻게 꺼뜨려질지 모를 위기를 맞으며 도로를 가로질렀다.

다시 말해, 베이징 올림픽 자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정서가 팽배해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시작도 하기 전 식은 것이 아니라, 열기의 점화 자체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것이리라. 앞서 이유만이라면 "이젠 올림픽으로 잠시 쉬어가자"라 위안이라도 나누겠건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어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고 누구에게 탓을 돌릴지를 생각하기 앞서, 안타까운 마음은 모든 스포츠 팬들의 공감 영역일 것이다. 4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세계 모든 이들의 축제가 초장부터 김이 새버렸으니, 이를 기다려오던 중국인들(베이징에서도 특수가 아닌 한파가 지속 중임을 알리는 외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은 물론, 한국을 비롯 전세계가 아쉬워할 일이 아닌가. 이는 설령 이번 올림픽에 냉소하는 이라 해도 마음 한켠에서 함께 느끼는 부분일 터.

그간 온갖 악재에 지쳤던 한국인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여유가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때맞춰 적기에 찾아온 '휴가'를 이렇듯 실감도 못한채 별 감흥없이 맞이하고 있음에 혹, 결국은 이 축제를 끝내 즐기지 못하고 '그냥 날려버렸다'란 허탈감으로 보내는 것은 아닐지.

벌써부터 씁쓸한 입맛을 느낀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www.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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