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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강의석님 상대할 대상이 틀린 것 같습니다만 
To 강의석 서울대 법대생


   
4. To. 강의석 서울대 법대생

처음 뵙습니다. 별볼일 없는 기자나부랭입니다. 답장을 기대하지 않는 네번째 편지를 당신께 부치게 되어 영광입니다. 

무식하게도 본인은 당신의 옛 이야기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습니다. 오직 명성만 익히 들어왔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이번 일에만 시야를 한정할 수 있겠군요. 군대 다녀온 이 나라 사람으로서 이번 일에 느낀바 있어 펜을 듭니다. 당신이 박태환 선수에 할말이 있어 편지를 보낸 것처럼.

박태환 선수에 전한 글을 봤습니다. 일단 상대가 연하면 통인사 없이도 곧장 말을 편하게 놓는 모습에 아이러니하게도 군대의 계급 사회 마인드를 떠올리게 되던데. 허나 난 연상이긴 해도 이게 쉽게 되진 않는군요. 높임말이 편하니 이대로 가죠.

일단은 감사부터 드려야겠군요. 요즘들어 한가지 의구심으로 혼란스러웠는데 당신 덕에 알았어요. 다음 아고라를 비롯 여러 네티즌들의 조성여론에 대해 '이것만큼은 계속 신뢰할 수 있겠다'는 믿음.

뜬금없지만, 난 지난 촛불정국 때 현장에서 이들이 주도한 움직임을 접했습니다. 밖으로 쏟아져 나왔던 그들은 (비록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자평하지만)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막고 국민의 존재를 되새기게 하는데 틀림없는 공헌자들이지요. 그러나 이후 수개월간을 보내며 그 믿음과는 별개의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과연 그들은 정말 다 옳을까'란 자문. 물론 세상은 흑백이 아니니 당연한 물음이었겠지만 한편에서 '저들은 사회전복을 꾀하는 좌파'란 비난이 일자 펜으로 현재를 기록하는 입장에 있어 혼란이 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당신은 그 의문을 시원스레 날려줬습니다. 5일부터 아고라 청원방에서 '강의석 군대보내기' 서명이 시작된거 아시는지. 본인 입장에선 씁쓸하겠지만 7일이 되니 서명수가 네자리수를 넘기더군요. 군대는 존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토대로 이뤄진 거니 이에 반대하던 당신으로선 입맛이 쓸수 밖에요. 하지만 본인에겐 고민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들의 존재는 반사회적 좌파가 아니다"라고 확신하게 됐으니까요.

당신 주장에 동조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떠나서, 그들은 이 나라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군대를 당신과 달리 국가존속에 필요한 집단으로 인정했습니다. 사회혼란을 야기한다는 소위 '빨갱이'라면 절대 저럴수 없지요. 이 나라 질서체계를 인정하고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자각하는, 틀림없이 이나라 국민임을 아고라 등 각 곳의 네티즌들이 스스로 증명한 셈입니다. 혹시 당신이 십자가를 지고서 보수세력에 "네티즌들은 좌파가 아니다"란 외침을 우회적으로 전하고자 한게 아닌가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감사는 이 정도.

어째서 네티즌들이 이토록 당신에게 등을 돌리는 걸까요. 난 당신의 이번 발언을 보고 그 주장의 타당여부나 본인 소견을 떠나 '너무 노력없이 설득하려한다'는 생각부터 떠올리게 됐습니다만.

당신이 정말로 그 주장에 설득력을 얻고자 한다면 군필자들보다 더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신분이 미필자인 이상 어떤 설득을 편다 해도 "네가 군대가기 싫어 이러는거 아니냐"는 현재의 비난은 막을 길이 없습니다.

박태환 선수에게 띄운 그 말들은 금메달 획득 후가 아니라 올림픽 출전 전에 나왔어야 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대한민국 대표선수단의 병역면제혜택 예비자 전원에게 말이죠. 금메달을 목에 건 후 '검투사' 운운할 게 아니라, 출국 전부터 "설령 당신들이 메달 획득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로 처음 뗄 운이 달라졌어야 했습니다. 물론 이 역시 '물귀신 작전'(표현이 좀 안 맞긴 하군요)이란 조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그래도 현상황의 설득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겠지요. 

검투사 이야기말인데... 그 시대 검투사와 마찬가지로 피땀을 던져 이뤄낸 성과이자 약속받은 혜택이었다면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투력이 뛰어난 이라면 더욱 앞장서야 한다는 대목도 있던데. 모든 적을 물리친 최강의 검투사 노예를, 전장에 나서면 틀림없이 일당백일 전사를 황제가 장수로서 붙들지 않고 "약속대로 자유를 줄 터이니 그대는 뜻대로 하라"고 해방시키는 것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설령 저들이 무엇보다 그 혜택을 우선시 바라고 성공을 이뤘다 해도 그것을 두고 당신이 버리라 할 권한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보시다시피 같은 처지의 '노예'들조차 성토하지 않습니까.

진정 평화를 위해 군대를 없애고자 주장한다면, 당신은 그 영역을 한국에서 더 넓혀야합니다. 동시간대에 전세계의 모든 군대로 말이죠. 현 세계정세에서 우리나라만 군대를 먼저 포기하라 외친다면 당신은 그 말에 귀기울일 사람의 숫자를 함께 감옥가자 청한 그 100명의 선에서 만족해야 할 겁니다. 이상주의자는 현실의 믿음과는 거리가 멀어도 의지의 믿음은 확약해 줘야 하며 대중에게 결과의 진실은 약속해주지 못해도 나 하나만큼은 진실임을 믿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온 세상의 평화이지 이 나라가 강자에 먹히는게 아님을 대중들이 믿도록 할 무엇이 있나요? 특정 인물을 선택해 거북한 입장으로 만드는 정도의 틀로 말입니다.

강의석 씨 당신이 뭔가 보여주고자 노력하려 한다면, 상대해야 할 것은 박태환 선수가 아니라 아마 나를 비롯한 이 나라의 모든 군필자일 겁니다. 당신이 외치는 행복추구권에 반해 국토수호의 의무를 내세우고 또 이를 수행한 이들 말입니다. 군대에서 돌아온 남자들은 아직 그곳을 다녀오지 않은 남자를 남자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어째서 그렇게 되느냐"며 비난해도 당신이 넘어서야 할 틀림없는 현실이지요. 정녕 잘못된 생각이라 생각한다면 앞으로 당신이 설득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헌데 자신을 남자가 아닌 애송이로 바라보는 이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태환아 너도 군대 가'라니. 상대하고 설득할 대상이 틀린 것 같습니다만.

진정 모병제 전환 수준을 넘어 세계평화까지 내다보겠다는 원대한 목표라면, 이를 지켜 볼 사람들의 기대감을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추신 - 혹 답장을 주신다면 첨삭없이 지면소개할 터이니 왜곡 등 별다른 염려는 말고 보내주시길.


# 이 편지글은 강의석씨 미니홈피(http://minihp.cyworld.com/pims/main/pims_main.asp?tid=48561835) 방명록에 본문주소 및 안내로 직접발송을 대신해 전달했습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www.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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