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坂本龍一)에 대한 대중들의 정의 하나. 그는 ‘영화 음악가’다. 또 다른 하나. 그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다.
영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와 <마지막 황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이기에 이러한 정의가 틀렸다 할 순 없지만 옳다 할 수도 없다.
영화음악에서부터 일렉트로닉, 뉴웨이브록 그리고 클래식과 보사노바를 표현해내는 뮤지션이자 작곡가, 작가, 배우, 패션모델, 심지어 환경운동가, 평화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 이런 그를 어떠한 범주의 틀에 구겨 넣기란 불가능하다.
마치 떠다니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활동을 해온 그이지만 그 중심엔 류이치 사카모토, 그가 있었다.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만의 코어로 ‘류이치 사카모토 식(式)’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그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연에 앞서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앨범과 공연, 그리고 삶에 대해 조근 조근한 이야기를 건넸다.
그는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도 늘 나를 지지해 주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라며 한-일 양국을 둘러싼 아픈 과거에 대해 사과와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Q. 10년 만에 갖는 한국 공연이다.
항상 한국 공연을 소망했는데 10년 동안이나 가지 못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을 좋아하기에 10년동안 기회만 노려왔다.
그동안 공연이 성사되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실무적인 이유에서 같다. 내가 오랫동안 오키나와 공연을 염원함에도 아직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Q. 이번 ‘플레잉 더 피아노 공연’에서는 두 대의 피아노를 사용한다.
2대의 피아노를 쓰겠다는 아이디어는 굉장히 현실적인 필요에서 생각해낸 것이다. 내 작품 중 일부는 한 대의 피아노로 연주하기에는 너무 복잡해 듀엣으로 재편곡했다.
공연에서는 내가 한 대의 피아노를 연주하고, 다른한 대의 피아노는 프로그래밍된 컴퓨터가 연주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일종의 가상의 듀엣과 같은 연주다.
Q. 당신의 공연에서 여러 가지 비주얼적인 효과가 사용된다.이렇게 공연을 구성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피아니스트는 공연의 거의 모든 시간을 관객보다 키보드를 바라보며 진행 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무대를 뛰어다니면서 역동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도 없다.
피아니스트의 공연은 움직임이 많은 보컬리스트나 기타리스트 보다 청중들에게 덜 어필한다고 생각해서 90년대 초부터 공연에 비주얼 요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Q. 이번 투어를 ‘무탄소 투어’로 진행한다고 들었다. 무탄소투어라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그렇다. 나 역시 투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번 ‘무탄소 투어’는 투어 중에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는 것이다.
나는 투어뿐만 아니라 일생 생활에서도 카본 오프셋(Carbon Offset.탄소상쇄제도)을 시행하려고 노력한다. 자식과 손자, 그 이후의 세대에게 살 만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본다.
때문에 나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 가꾸고 유지하는데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Q.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지금은 자신의 음악 여정에서 어떤 시기라고 보는가?
나는 나이 드는 것을 즐기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음악에 대한 이해도 더 넓어진다. 이전에 즐겨 듣지 않았던 말러나 브루크너의 음악도 듣고 있다. 현대음악은 잘 듣지는 않지만 여전히 위대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유년 시절에 몇 몇 클래식 작곡가의 음반들만이 있었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많아졌다. 재즈도 다시 즐겨 듣고 있습니다. 음악에는 정말 한계가 없다.
Q.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장르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장르의 음악에 도전하고 싶은가?
나는 음악의 장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내 음악을 포함한 모든 음악을 분류하거나 정의하는 것 또한 그렇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장르에 상관없이 많은 종류의 음악을 들어왔다. 나에게 도전이란 끊임없이 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뿐이다.
Q. 앞으로 계획을 알고 싶다.
새 앨범 ‘아웃 오브 노이즈(Out of Noise)’에 관한 활동들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 현제 알바 노토(독일의 사운드 아티스트)와 크리스티안 페네즈(기타리스트)와 공동작업도 준비 중에 있으며 조만간 몇몇 영화음악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Q. 내한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감사하다. 한국 내에 있는 팬들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나의 음악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준 많은 한국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나는 과거 일본이 한국에게 한 일에 죄책감을 느낀다.
역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지해주는 한국인들에게 감사와 사과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나 같으면 적어도 7대(代)에 걸쳐 미워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한국인들처럼 관용의 마음을 가지고 싶다.
윤성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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