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국군의 날이다. 강의석씨가 양심적 병역거부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시내에서 완전 누드로 시위하는 퍼포먼스를 동조자들과 같이 펼치기로 공언을 한 바 있어 과연 그가 또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강씨는 오늘 오전 '맛뵈기'를 선보였다. 강씨는 상반신을 완전히 노출한 상태에서 얼굴까지 포함해 모든 상반신을 붉게 칠한 뒤 "군대를 없애야 합니다"라는 문구를 넣고 오늘 오전 8시부터 서울 강남구 지하철2호선 삼성역부터 강남역까지 도보행진을 벌였다
강씨에 대한 인신비난에 가까운 많은 비판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전 서울대 법대학생회장은 강씨에 대해 "언론노출병에 걸린 것 같다"며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양식을 고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 시대에 관심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그의 처신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유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지언정 비판할 거리가 못된다.
이렇게 강씨가 주장하는 내용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비판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되지 않고 다소 선정적으로 감정적으로 이슈가 다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본 필자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비판을 시도하면서 강씨의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 그 자체의 문제점을 말하고자 한다.
강씨는 지난 9월 9일 동아일보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총을 놓으면 세계 평화가 가능해요. 동구권이 몰락하고 세계가 변하는데 북한이 쳐들어올까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빨갱이로 몰릴까봐 말 하지 못하고 있어요. 내가 무장해제가 되면 상대방도 총을 내려놓을 겁니다. 우리가 총을 놓았을 때 북한이 쳐들어 온다면 전 세계 양심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라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한 것을 전해졌다.
동아일보의 인터뷰 기사에 대해서 강씨가 아무런 반론이 없기 때문에 동아일보의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고 전제하고서 강씨의 발언을 두고 강씨를 평가하자면 강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니다.
강의석이 양심적병역거부자가 아닌 이유
양심적병역거부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면, 우리 나라에서는 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라는 용어를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번역해서 쓰고 있다. conscientious objection를 머릿글자만 표기해서 CO라고 표기한다.
conscientious를 양심(良心)으로 번역함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형편인데, 흔히들 나오는 말이 "그럼 병역의무를 이행한 우리는 양심이 없다는 말이냐"라는 반론이다. 이렇게 양심(良心)이라는 용어에 대한 일반적인 컨셉션(conception)과 학적 컨셉트(concept)가 서로 괴리돼서 혼동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다.
사실 '양심'이라는 말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좋은 마음'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양심이라는 말 대신 '신념'이라는 용어가 일반 시민들에게 CO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 적합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 헌법학계에서 학문적으로 '양심'이라는 용어가 확립돼 있어서 지금으로서는 바꾸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어쨋든 CO, 즉 양심적 병역거부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 병역은 인정하되 집총만 거부하는 noncombatant CO, 이들은 군복무를 그대로 수행한다. 다만 총이나 기타 살상무기를 다루지 않는다. 군대의 존재와 필요성,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자각하면서 단체(국가)와 개인간의 갈등을 살상무기를 취급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하는 이들이다.
-참고로 병역을 거부하지 않고 집총만을 거부하는 noncombatant CO가 CO의 유형 안에 포함되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는 잘못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양심'이라는 용어보다는 '병역'이라는 용어 사용의 적합성이 더 크게 문제시 되는 부분이다. 학문적으로 한국 헌법학계의 재고가 필요하다"-
둘째, 병역을 거부하되 군대를 인정하는, 즉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alternativist CO, 이들은 군복무를 하지 않는다. 다만 군복무를 하는 일반 병역의무자들과의 형평성 및 국가와의 관계에서 개인간의 타협점을 일체의 군복무를 거부하고 대신에 소방대, 안전구조요원, 의무경찰 등의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선에서 타협하는 이들이다.
셋째, 군대의 존재자체도 인정하지 않는 absolutist CO (Total CO), 흔히 군대반대주의자로 불리는 이들은 사회 및 국가에 대해 개인의 신념과의 갈등의 타협점을 납세의무 등 다른 기본의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병역의 의무를 국방의 의무의 필수요건으로 보지 않는다. 아나키스트이면서 동시에 군대반대주의자인 이들은 국가와 정부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military service에 대해서 타협이 아예 없다.
이 세가지 유형가운데 양심적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국가들도 첫번째와 두번째 유형의 양심적병역거부만 인정하지 군대자체를 부정하는 절대적 거부자 혹은 전면적 거부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즉 양심적병역거부를 인정하며 대체복무를 부여하는 나라들도 군대반대주의자들에게는 국가와 사회가 용인할 수 없다고 보고 처벌을 내린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보면 강씨는 군대반대 이 세가지 유형 가운데 세번째 유형인 절대적 거부자에 해당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강씨는 다른 국가의 무장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절대적 거부자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양심적 거부자들은 집총, 병역 내지 군대 그 자체에 대한 확고한 보편적 신념이 있다. 아무리 전쟁의 필요악을 인정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복부할 수는 없다는 신념이다. 양심적 거부자들은 우리 나라의 국민이든 다른 나라의 국민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복무할 수 없다'는 원칙을 따라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강씨는 타국의 군대의 존재와 무장을 인정하고 있다. 강씨는 양심적 거부자들의 보편적 신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특수한 상황적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강씨를 양심적병역거부자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 강씨는 뭘까?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볼 때, 엄밀히 말하자면 강씨는 양심적병역거부자가 아니라 '비무장영세중립국주의자'로 규정할 수 있다.
양심적병역거부자가 아닌 비무장영세중립국주의자로서의 강의석의 자가당착
즉 강의석씨는 양심적병역거부, 군대반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비무장영세중립국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강씨의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점 외에도 사실, 비무장영세중립국을 이뤄 내기 위해 필요한 국가와 사회구성원의 일반적인 공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결여한 채 사회에 대해 일방적으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씨가 특히 우리 나라에서만 문제될 뿐이지 자기 개성이 강한 서구선진국에서는 그냥 '튀는 인물'로만 여겨질 것이라고 강씨를 좋게 봐주는 의견도 있지만 사회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알리려고만 한다는 점에서 강씨는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공동체에서 부적합한 행동을 하고 있다.
강씨의 지금까지의 행동, 그리고 국군의 날 완전 누드 퍼포먼스는 말그대로 퍼포먼스에 불과하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데는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회를 바꿔보겠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은 코메디와 같은 상황이다. 에고티스트(에고티스트는 에고이스트와는 다르다)적 행동으로 사회를 바꾸려하는 강씨는 애초에 자가당착에 빠져있었다.
"모두가 총을 놓으면 세계 평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나 "우리가 무장해제를 하는 가운데 북한이 쳐들어오면 세계양심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과연 강씨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들게한다. 종교자유를 위한 강씨의 유별난 행동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좋게 봐줄 수 있지만 군대와 관한 강씨의 일련의 행동은 납득할 수가 없다.
우리가 무장해제를 하는 가운데 북한이 쳐들어왔을 때, 설령 세계 양심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세계 양심이 여론을 모으고 실력을 발동하는 시기는 이미 전쟁이 터지고 난 뒤의 일이다. 그 사이에 무고한 시민 수백만명이 죽을 것이 뻔한데 이러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자신만의 공상을 진리인양 말하고 있다.
그냥 "나는 군대를 반대합니다"로 끝낼 일을 "군대를 없앱시다"라고 사회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은 에고티스트 강의석씨의 과잉행동이다. 그리고 비무장영세중립국주의가 강의석씨의 본래 의도라면 냉엄한 현실에 발을 딛고 서서 비무장영세중립국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해야한다. 강씨는 더 이상의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뉴스보이 이화경 기자 telling7star@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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