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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베르테르 효과를 깨닫다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쇼생크 탈출의 레드가 꺼내던 대사, 잠시 빌려 각색해볼까.

내가 잘 아는 녀석이 하나 있다. 친근하지만 빌어먹을 자식이다.

재능은 개뿔도 없는 게 꿈은 원대하게 가졌다. 그래, 꿈을 먹는 건 좋다 이거다. 그럼 남보다 배로 노력을 하던가. 이 빌어먹을 새키야.

이번에도 헛주먹을 날렸다. 또 자학을 시작한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후회를 읊조리고...

그래, 그러다가 이번에도 며칠 안가 훌훌 털어버리겠지. 그리고 다시 희망 고문. 그렇게 또 다시 1년을 기약하고...

야 이 말도 안 들어 처먹는 새키야.

...너무 각색해서 마치 오리지널같군.

 

44. 베르테르 효과를 깨닫다

 

실의에 빠졌다. '죽고 싶다'라... 그래, 한국인들이 너무 많이 남발한다는 그 말, 이번만큼은 남용해도 뭐라 할 사람 없겠지.

뭔가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 그렇다. 현재진행형이다. 20대의 객기로 "꿈도 없는 녀석보단 자신있게 목표를 떠벌이는 내가 훨씬 대단해"라고 자신했다.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조금은 더 허용되겠지라며 모르핀을 심장에다 한번 더 꽂아넣는다.

너무 과한 꿈이었다. 반면 노력은 빈곤했다. 노력하는 자가 웃는다는 세상의 법도에 맞게 이번에도 좌절을 맛봤다. 더이상은 "아직 젊으니까..."란 자위를 편히 할 수 없다. 짧은 듯 보낸 수년의 시간이 이젠 차가운 족쇄처럼 냉기어린 무게를 전달해 온다.

난 언젠가부터 일부러 입버릇 하나를 만들었다. "서른번째 생일을 맞을 때까지 이루리라, 혹 실현되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란 자기 암시, 그리고 실제로 몇몇 사람에게 이를 잘도 지껄였다.

물론 진심으로 실행여부를 검토하고 꺼낸 말은 아니었다. "이 정도 각오는 해야 그 '타임리미트' 때문에라도 각성할 것이다"란 채찍질의 계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건 불교의 윤회사상 때문. "가능성이 없다면 빨리 죽고, 또 빨리 환생해 새 삶에서 다시 도전하겠다"는 말을 언제나 저 뒤에 덧붙였다.

그리고 그 제한선은 점차 나를 옥죄어온다. 시간은 너무나 빨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이를 다시 곱씹게 된 오늘, 다른 사람의 비보가 남일같지 않게 전해졌다. 어제, 이서현 씨의 사망 소식. "하느님 곁으로 가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맨 청년의 이야기. 여기서 현시대에 드리워진 고리의 그림자를 본다.

'인생은 바람같은 것'이라며 두달전 사라져간 모델 김지후. '하느님 곁으로 가고 싶다'는 어제의 이서현. 그리고 그 외에도 계속 떠오르는 이름들. '베르테르 효과'란 말은 이 끝자락을 잡고 뒤따른다.

"안타깝다"란 애도 대신, 한 프레임의 찰나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이건 또다른 모르핀이었다. "...이 섬뜩할 게 뭐 있나, 저들도..."란 생각.

그런데 역시 한두 프레임의 찰나, '이건 아니지'라며 섬뜩함을 느낀다. '이것이 베르테르 효과인가'란 자문은 곧 '무섭다'란 답변으로 성질을 달리 했다.   

난 여기서 자살이 죄악이라 주장하고 삶을 강변하는게 아니다. "이 좋은 세상 놔두고 왜 가느냐"란 어느 누구의 낙천적 말도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며 힘든 삶을 포기않는 누군가(예를 들면 지난주 만난 이영학씨)의 말도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베르테르의 "몸의 불치병으로 죽어가듯 마음의 불치병으로 인한 죽음이 자살인 것을, 그 누가 무슨 자격으로 비난하느냐"는 외침 또한 진지하게 고민한다.

세상을 등진 저들의 것이 베르테르의 외침과 같은지, 아니면 베르테르 효과라 명명된 지금의 어두운 시류에 동승한것인지, 혹 내 것의 변형된 형태인지는 본인들만 안다. 그래서 저들의 죽음은 거론하지 않는다. 말하고자 함은 이것 뿐. 이번에 깨달은 베르테르 효과의 실체가 그저 '당신들도 그랬으니까'란 실행의 촉진제라면 난 그것이 공포 그 자체임을 자각한다. 어느새인가 무엇이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그 원문조차 망각하고 사회에 깔린 저 슬픈 흐름에서 죽음의 냄새를 맡는 무서운 시대다. 악마의 속삭임과 다를 게 뭔가.

나 역시 죽음을 입 밖에 내고(설령 그것이 삶과 꿈을 위한 수단일지라도) 베르테르의 외침에 고민한다. 그래도 이것은 안다. 그저 망설이다 "남들도 하는데 나도 하겠다"며 내린 결정이라면? 자신의 결론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타인들의 저것이 요소로 작용했다면 그건 "대체 넌 왜 죽었느냐"란 질책을 면할 수가 없다. 베르테르의 외침을 꺼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베르테르는 철저히 자신의 삶을 놓고 고민했고 마지막까지 꿈을 꿨다. 마음의 불치는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내린 판정이었다.

진정한 베르테르 효과란 그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고뇌하고 바라마지않는 것을 찾아 헤매는 이가 늘어나는 것이지(어쩜 결말은 그와 다를지도 모른다), 그저 죽음의 공기에 심취해 동행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내가 깨달은 의미는 이 쪽.      

삶의 스위치를 내리는 판단엔 수많은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삶에 절망하는 이유는? 죽음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그건 바람 때문이다. 이는 여러가지로 표현될 수 있다. 각 단어마다 어감도 극과 극이다. 과연 꿈과 욕망의 차이는 무엇인가. 헛된 야망과 궁극의 신념은 또 어디서 갈리는가.

삶과 죽음의 선을 고민할만큼 이것은 가치있는 것일까. 어째서 이것은 이토록 강하고도 지독하며 또 매혹적일까. 이루지 못해 삶에 무감하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 삶의 목적인 것인가. 어째서 이것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에게 찾아와 저마다 다른 모양새의 꿈을 꾸게 하는가. 베르테르처럼 그 대상은 여인일수도, 혹은 나처럼 유년시절부터의 오랜 여정일수도, 또다른 것일수도 있지 않은가.

생명을 약동케 하는 원천인가 아님 죽음의 씨앗인가. 당신에겐 이 중 어디로 작용하고 있는가. 혹 이것은 당신 스스로에 기인한 것인가. 행복은 정녕 선택된 이들만의 것이며 고통이 그렇지 못한 다수를 얽매는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혹 스스로 쟁취할수 있진 않을까. 최선이라 부를 노력은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난 내 꿈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는가. 이룬 뒤의 것이 허망함인지 진정 찾아 헤매던 것인지 여부는 행복한 이의 고민으로 제쳐두도록 하더라도...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 이렇듯 인간은 답을 내릴 수 없기에 신이 주신 생명을 함부로 내버리지 말라는 주장이 가능한지도 모른다. 반면 이 모든 질문을 스스로 꺼내 마주할 수 있기에 마지막 판단조차 자신의 권한이라 주장함이 허용될지도 모른다.

이 모든 자문자답을 선행하고서 베르테르와 마주앉았는가. 해답은 스스로 내릴 수 밖에. 다만 철저히 자신의 삶과, 여기까지 닿게 한 고통의 실체를 꺼내어 마주하고 답하라. 그 답이 무엇이든 주체는 시류가 아니라 자신이어야 한다. 번복의 기회가 없는 단 한번의 것이니까. 남이 자신의 삶을 사는게 아니듯 죽음 또한 남이 정해주지 않으니까. 그 조차 삶의 선택지 중 일부니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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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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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베르테르효과 근절의 해답은 자신에게 있다.

    Tracked from :: 내가 허락한 건강 :: 2009/05/22 16:12  삭제

    베르테르효과 근절의 해답은 자신에게 있다.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의 유명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베르테르 효과’를 심히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베르테르효과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소설 속에서 자살을 하자 그것을 접한 독자들의 소설속 베르테르를 모방한 자살이 끊이지 않는 기이한 현상에서 출발한 것으로 자기 주위의 또는 아는 사람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려는 혹은 닮고 싶은 생각에서 출발한 단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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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짜리 희망' 거대백악종 앓는 아연이네 가족의 겨울나기
미국 원정길 오르는 어금니 아빠



"이건가요?"

"네. 이번에 받은 겁니다."

조심스레 꺼내든 패스포트, 그는 미국 비자를 펼쳐보였다. 몇번이고 진짜인지 확인해 봤을 그 비자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뉴스감 아닌가요?"라며 멋쩍게 웃어보이는 이영학 씨.


     
  ▲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의 비자. "편지로 빌고 또 빌어 받은 비자"라고 말했다.   

 

마침 방문한 날(24일) 비행 왕복권까지 마련했다. 연말 성수기를 맞아 까딱했음 자리를 못 구할 뻔 했다고.

"제일 저렴한 걸 구했는데도 오고가고 350만원이네요. 그나마도 딱 네 자리 남아있어 서둘렀어요."

이걸로 그의 겨울 준비는 끝났다. 그는 희망을 안고 다음달 미국 원정길에 오른다.
 


'7억짜리 희망' 거대백악종 앓는 아연이네 가족의 겨울나기 - 미국 원정길 오르는 어금니 아빠
 
'위대한 아버지' 무직 암환자 처지 딛고 미국 비자 발급 성공

왜 그가 '어금니 아빠'라 불리나 했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금새 알 수 있었다. 입술을 뒤집어 보여주는 잇몸. 딱 하나 남겨진 어금니가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최근 또 다른 아빠의 칭호가 붙었다. 무려 미 영사관이 붙여준 이름,
'위대한 아버지'.

이영학 씨는 세계에서 딱 다섯명이 현존한다는 희귀병 '거대백악종'(턱뼈의 백악질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자라는 병) 환자다. 이 중 한국인은 두명. 그하고 딸 아연이다. 이 씨야 성장이 멈췄다지만 아연이는 이제 여섯살. 딸의 수술비 모금을 위해 국토원정에 나선지도 벌써 3년째. 그런 그가 이번엔 미국으로 장소를 옮긴다. 미국에서도 모금 동참을 희망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이를 계획하게 됐다고.

"미국에서 1달러, 10달러씩 송금해 주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걸 송금받으려면 수수료만 4만원씩 붙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가기로 했지요.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함이 더 크고..."

하지만 이는 큰 기적을 위해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을 요하는 일이었다. 그는 "사실상 미국 비자를 절대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고 말했다.

"전 암환자잖아요.(백악종 역시 종양이 퍼지는 희귀암이다) 게다가 무직이고. 이 나라 제일간다는 변호사에게까지 찾아가 물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다고 했어요."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하고 그는 미 영사관을 향해 읍소했다. "남들이 비자 얻으려 서류 작성할 때 난 편지를 썼다"는 이 씨는 "편지를 통해 통사정을 했다"고 밝혔다. 편지는 세 사람을 거쳐 완성됐다. 이영학 씨가 한국어로 절박함을 담으면 아연이를 통해 알게 된 후원자 손진희 씨가 중간번역을, 그리고 역시 구글로 인연을 만든 미국인 '미스터 탐'이 최종번역으로 완성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미 영사가 회신을 보내왔다.

"그레이트 파더."

당신은 위대한 아버지라며 '오브 코스'를 대신한 그 한마디가 모든 걸 풀었다. 비자요청은 극적으로 승인, 올해 8월의 이야기다.
    
  
  ▲ 작년 수술 후 모습. 향후 20년간 몇번이고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맨하탄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두 달간 여정에 기적을 기대

다음달 중순경 그는 처자를 서울에 두고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을 통해 두달여간의 미국 원정을 시작한다. 아직은 이렇다할 계획이 없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연이를 통해 알게 된 후원자들. 그래도 머나먼 땅에서 격려해 주는,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들이 이들 가족들에겐 의지가 된다. 뉴욕과 로스엔젤레스를 비롯 한인타운이 조성된 도시를 타깃으로 삼고 미주대륙을 횡단할 생각이다.

"대출받았어요. 겨우겨우 경비 마련했네요. 그래도 빠듯합니다. 처음엔 렌트카를 생각했죠. 헌데 각 주를 넘고 넘어 계속 사용하려면 한달 빌리는데 600만원 이상 든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어요. 주 내에서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면 모를까, 일단 주와 도시를 넘는 데는 버스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이 씨는 사촌동생이 방학을 맞아 함께 동행하며 통역을 맡아 줄 거라고 했다. 물론 사촌 역시 겨울방학에 한해서만 도울 수 있다. 이후엔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비자까지 마련했지만 여전히 무모한 시도임엔 틀림없다. 그는 "기적을 기대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잊혀져 버린 5월엔 가족 동반 자살을 생각했다


이야기 도중에도 타 매체의 전화가 온다. 방송 섭외. 하지만 예전만큼의 관심은 아니다.

지난해, 그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방송, 신문 할 거 없이 부녀의 비극을 알렸다. 짱구 인형을 입고 전국을 돌며 전단지로 도움을 요청하는 아버지, 희귀병을 앓는 어린 딸과 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가족사는 반향을 얻었고 지금껏 1억여원이 모였다. 이는 당장의 수술비와 전국일주에 쓰였다.

그러나 백악종의 악몽은 성장이 끝나기 전까진 멈추지 않는다. 목숨을 잃지 않으려면 20여년간을 계속해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종양이 자라 얼굴이 일그러지면 뼈를 깎아내고 종양을 제거하며, 다시 같은 수술을 반복한다. 2년에 한번씩은 큰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것. 또한 얼굴 복원은 별개의 수술로 항시 이를 뒤따르고 치아가 없는 탓에 계속해 틀니를 넣는 치과치료를 받는다. 모든 게 끝나면 마지막으로 전면 임플란트가 필요하다. 그는 어림잡아 총합 7억에서 최대 10억원 가량을 예상한다.
     
 

                                ▲ 수술전 아연이 모습. 몇번이고 깎아내고 또 견뎌내야 한다.  
 

"얼굴복원은 회당 3천... 몇번이 될지 알 수 없는 종양제거가 회당 2천... 20년간 계속 해 넣을 유동식 틀니도 만만치 않아요. 그리고 마지막의 이(임플란트)가 아마도 1억 5천가량..."

매스컴과 여론의 관심을 받던 한때는 쉽게 풀릴거라고도 생각했었다 회상한다. "7만명이 1만원씩만 도와주면 모든게 해결되겠지"란 기대에 부풀었다고. 물론 성급한 계산이었다. 새삼 그의 나이를 떠올린다. 한국나이로 스물둘,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이 씨다. 여섯살박이 아이의 아버지가 됐지만 지금도 스물일곱. 시행착오와 성급한 낙관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원은 줄었고 아연이의 종양은 다시 자랐다. 성급한 기대가 허물어지자 좌절이 밀려들었다. 악재도 쌓였다. 전국 순회 도중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대가 파열됐다. 하지만 청천벽력은 따로 날아들었다. 이 씨에게 조건부의 시한부 인생이 선고됐다.

"의사가 죽을 거라고 했어요. 치매가 왔대요. 축두엽 간질이라던가? 집으로 향하다 정신차려 보면 전혀 다른 곳에 헤매는... 의사 말이, 운전을 하다가 순간 이를 망각하고 모든게 끝나버리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이젠 홀로 움직일 수도 없다. 운전대를 잡을 땐 더욱 그렇다. 이번 미국 원정에 사촌동생이 함께 오르는 건 통역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근심, 마음 고생이 더해지면서 정신 질환, 우울증 초기증세까지 찾아왔다. 만성적인 병세도 악화됐다. 일순간 무너져버린 그는 급기야 가족동반자살을 계획했다.

"5월 이야기죠. 세명이서 좋은 차를 렌트하고, 좋은 곳을 여행한 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잘 살아 보자는 그런 생각있죠?"

그레이트 파더란 찬사까지 받은 그이지만 역시 아직은 모든 것을 감내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였다. 결국 이를 막고자 정신과 진료에 도움을 받게 됐다며 복용 중인 알약을 꺼내보이는 이 씨. 자신도 여러모로 수술 등 치료가 필요하지만 일단은 다 미뤘다. "내가 수술 한 번 받으면 아연이가 한 번을 못 받게 된다"고 덤덤히 밝힌다.

"이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웃을 수 없는 아내

조금 아플 수 있는 질문을 던져봤다. 모금외에 따로 치료비를 충당할 직장을 가지고 있진 않느냐고. 실제로 그는 홈페이지 아연닷컴(http://www.ayun.co.kr/)에 오르는 리플을 보면 격려 댓글 속에서 틈틈이 "왜 모금으로만 치료비를 마련하고 이젠 미국까지 가서 그 일을 하려느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에 대해 "직장을 가질 수가 없는 몸이 됐다"고 설명했다.

"직장을... 못 가지죠. 암환자에, 국졸에다가, 게다가 이번엔 인대까지 나갔죠. 또 정신질환 약까지 먹고 있으니. 설령 누군가 일자리를 준다고 해도 이런 몸 상태로는 일을 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제겐 이렇듯 전국을 일주하는 것도 틀림없는 아버지로서의 노력이예요. 지금은 이게 현실에서의 최선이라고 믿어요."

다만 미래계획은 있다. 그는 운전 면허 2가지에 배를 몰 수 있는 면허증을 꺼내보였다. 운송업에 어부까지, 이걸로 가능한 생업을 모두 염두하고 밑천으로 준비해 놓은 것. 그렇기에 얼마전 축두엽 간질 판정은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이야기 도중 그에게 "생각보다 낙천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속으로는 울고 있다"고 웃었다. 반면 아연이 어머니인 최미선 씨 얼굴은 그늘져 있었다. 소리내어 웃기도 하는 남편과 달리 그녀는 집에 머무르는 내내 인사 외엔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다. 환하게 웃는 모습은 사진첩에서만 확인했다. 하나는 방송출연 당시 제작진이 만들어준 가족사진. 그리고 또 하나는 한살된 아연이를 안은 새댁 시절. 특히 후자의 것은 현재와 너무나도 분위기가 달랐다.
     
 

                  ▲ KBS 아침마당 출연 당시 선물로 받은 가족사진.   
 

"저 사진이요? 아연이 병을 알게 되기 딱 두달전 사진이에요. 아무 것도 몰랐을 때죠."

아연이가 아파 병원에 데려갔던 이 씨는 "따님도 같은 병을 앓을 것이다"란 말을 듣고 피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그리고 집에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저 사람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엄두를 못냈어요. 어떻게 집에 들어가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요."

미선 씨는 아직 젊은 이영학 씨보다도 네 살이 어리다. 열여덟에 아연이를 낳았고 이제 올해로 스물 셋. 같은 병을 앓는 남편과 딸이 짊어진 무게를 결혼 후 벌써 6년째 함께 나눠 가지고 있다. 그래도 그녀가 엷게나마 미소를 띠는 건 역시 아연이와 함께 놀아줄 때다.
    
  
     
  
 
내가 겪었기에 아연이의 운명을 안다

"아연이, 지금 제일 아픈데가 어디야?"

아빠의 질문에 아연인 곧장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킨다.

"치통 겪어 보셨죠? 그 10배라 생각하시면 돼요. 저도 그렇고, 아연이도 그렇고 언제나 만성적으로 고통을 겪어요. 하지만 이젠 이렇게 나도 웃고, 애도 웃고... 이렇게 고통도 생활이 됐어요. 진통제요? 먹으면 계속 늘어만 갈텐데 못 먹죠. 게다가 아까 제가 먹는 다른 약들 분량 보셨잖아요?"

아연이는 의젓하다. 엄청난 고통과 싸우고 있는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밝아 보였다. 웃기도 잘 웃는다. 하지만 어린 지금보다 오히려 철이 들 때가 더 어려울지 모른다. 이영학 씨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오히려 나중에 자라면서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도 동의한다. 그는 아연이를 볼 때마다 아프다고 했다. 그저 부모의 감정으로서만이 아니라고 했다. 본인이 직접 겪었기에 안다고 했다.

"제가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진학하지 않은건 감당 못했기 때문이에요. 학교에서 줄곧 애들한테 괴롭힘 당했어요. 안 겪은 사람은 몰라요. 저 애도 같겠죠. 두 해 뒤면 학교에 갈 나이니 걱정이 많아요. 특히나 여자애 아닙니까. 이빨도 하나 없고, 남들과 전혀 다른 아이에게 어떤 일이 기다릴지 전 겪어서 알아요."

하지만 사춘기를 잘 극복하고, 치료까지 마친 뒤 훌륭히 장성한다 해도, 진짜 아픔은 그 때부터 시작된다.

"아연이는 결혼도 못하겠지요. 하지만 설령 결혼한다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없어요. 또다시 유전되니까..."

부부는 아연이를 낳을 당시 의사가 "절대 유전되지 않는다"고 진단한 것에 안심했다. 하지만 결국은 세상에 몇 안되는 희귀병을 되물림하게 됐다. "혹 아연이의 아이는 병을 피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 씨는 "우리 때와 달리 아연이는 100% 확실"이라 답했다.

"의사가 진단하기를, 아연이는 유전될 우성인자를 다 갖고 있다더군요. 낳으면 무조건 그 아이는 병을 물려받게 됩니다. 해서 절대 낳을 수 없어요."

그는 체념하고 있었다. "그저 우리 가족사에선 마지막 아이가 될 아연이만 잘 되길 바란다"고 속내를 밝힌다.

고독의 고통은 먼 미래의 일을 꺼낼 것도 없다. 지금도 아연이는 엄마와 아빠, 삼촌 등 몇몇 친지 외엔 모르고 살아간다. 동네 이웃들은 자녀가 아연이와 어울리는걸 꺼린다고 했다. "전염되는 병이 아님을 알려보지 그러냐"고 묻자 그는 소용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야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정상인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피하는거죠. 사실 아직 저 나이 애들이야 그런 걸 알고 피하겠어요? 하지만 부모들에겐 아연이가..."

그는 사실 우릴 가장 힘들게 만드는건 치료비 문제나 관심이 아니라 주위의 시선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제 꿈은 고아원장입니다. 아연이와 비슷한 처지의 애들을 다 맡아주면 좋겠다 생각해 봐요. 물론이건 아연이가 다 낫고 여유가 생겼을 때 일이겠지요."
     
 

 ▲ 아연이의 최근 모습. 수술 후 좋아진 모습이지만 다시 종양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7억짜리 '빚'덩어리가 내겐 '빛'덩어리다

이영학 씨는 아연이를 두고 '7억짜리 빚'이라고 표현한다. 그와 동시에 '희망'이라고도 표현한다. 

"카드빚 5천에 자살하는 사람들 기사를 봤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전 저런 사람들 보면 웃기지도 않아요."

경제난으로 실의에 빠진 이들에겐 독설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렇게밖엔 생각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돈 때문에 죽어요? 저도 죽으려 했지만, 돈으로만 따지면 우린 7억짜리 빚을 끌어안고도 살아요. 아연이 쟤는 7억원짜리 빚덩어리로 태어났다고요. 하지만 저하고 이 사람한텐 그런 얘가 곧 희망이예요. 우리도 이렇게 다 잘 될거다 하며 사는데요."

어떻게 채워야할지 모르는 7억의 치료비. 막막하다며 "절반정도만 마련되도 나머진 어떻게든 해보겠는데..."라 몇번이고 토로한다. 하지만 아연이는 그에게 있어 희망이자 기적의 증표다. 힘들지만 모든 걸 감내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된 딸아이. 어느새 아연이는 이들 부모에게 있어 '빚덩어리가' 아닌 '빛덩어리'로 그 존재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은 아이가 됐다.   

아연이에게 물었다. "장래희망이 뭐냐"고.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확실하게 "경찰이 되서 도둑 다 잡을거야"라고 말한다. 이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실은 집에 세번이나 도둑이 들어 결혼반지까지 새로 맞춰야 했어요. 그런데 이를 보던 아연이가 경찰이 되겠다 하더라고요."

자신을 생각하는 엄마 아빠의 맘을 알아주나 보다. '7억짜리 희망' 아연이, 이쯤하면 효녀가 따로 없다.

돌아갈 즈음, 아연이는 내게 선물을 주겠다며 고사리 손을 내밀었다. 하트모양에 녹색물감이 담긴 열쇠고리. 부모에게 받은 것만큼 베푸는지 정이 많다.
     
 

 ▲ 두번 사양하고, 세번째에 받았다.  
 

 
어금니 두 개만 있어도 행복한 삶

이영학 씨는 아연이가 어쩜 수년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동안 말해왔던 앞으로의 고통도 살아 있어야만 감내하고 말고 여부가 가능한 것들. 하지만 더 이상 그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고통스러울지언정 희망을 놓지 않는 삶이 죽음보다 더 낫다는 것을 묵언으로 전달해 왔다. '억' 소리가 절로 나는 빚마저 '빛'으로 바꿔버리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따로 전하고픈 말씀 있어요?"

"'기사 보시는 분들, 도와주세요'란 말부터 하고 싶네요. 그리고..."

말하다 말고 더듬는다. 또 턱이 빠졌나 보다. 빠지면 다시 금새 되돌려놓는게 일쑤. 다시 말을 잇는 이 씨는 "씹을 수 있는 어금니만 있으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사는게 힘들다 생각하는 분들, 어금니 두개만 갖고 있으면 저희보다 행복하다는걸 깨달으실 겁니다. 전 한개예요.

그리고 우리 아인 지금 두개 있는거 마저 다 빼야 합니다. 전 그나마 어금니 아빠라지만 쟨 어금니 아이도 뭐도 아니예요."

미국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돌아오면 그는 다시 전국 대장정에 오른다. 이들에겐 삶 자체가 사철내 겨울을 나는 듯 시련이다. 그래도 어금니 아빠는 멈추지 않고 이번엔 다섯걸음 걷고 기도를 한번씩 올리는 5보 기도회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나라에서 거대백악종을 앓는 딱 두 사람의 부녀, 그리고 어찌 매듭지어질지 모를 이들의 미래를 지켜보는 아내이자 엄마. 이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후원계좌안내

예금주 : 이아연 0534-09-005832-7 새마을금고/1002-936-289241 우리은행

후원문의 : 이영학 010-3326-0224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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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홍드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시구 동작에 담긴 비밀의 메시지


 
 
  ▲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시구하는 홍수아. 아름다운 투구폼엔 반할 수 밖에 없는 묵언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출처 스포츠코리아)  
 

17일. 다음 스포츠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han50 님이 소개한 '홍드로'의 두산 베어스 입단 기사 반응(http://bbs.sports.media.daum.net/gaia/do/sports/bbs/group1/photo/read?bbsId=F005&articleId=53992&RIGHT_SPORTS_BEST) 때문이다.

'홍드로' 홍수아가 프로야구에 입단했다? 진상은 이렇다. (소개된 기사 http://sports.media.daum.net/nms/baseball/news/general/view.do?cate=23789&newsid=895150&cp=joynews24&RIGHT_SPORTS_EDGELINE)

 
 
 
  ▲ 네티즌들의 폭소엔 한결같이 애정이 담겨있다.  
 

그녀는 16일 김경문 두산베어스 감독에게 직접 명예선발투수 위촉패를 받았다. "항상 불펜에서 대기하겠다"는 답사로 또 한번 박수를 받았다고. 네티즌 역시 애정이 가득 담긴 댓글을 전했다. 

상황을 모르고 댓글란만 훑었다면 이건 마치 슈퍼루키의 탄생 분위기다. 한결같이 "최고의 거물이 영입됐다", "이제 프로야구의 판도가 바뀐다" 등 그녀가 진짜 프로야구 선수가 된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 "22세의 싱싱한 어깨", "군 면제 확정으로 더욱 가치가 빛난다", "올 야구 최대 이슈" 등의 댓글을 나누다 웃음꽃이 활짝 폈다. 놀랍게도 악플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기분좋은 폭소 광장이다.

 
 
 
  ▲ 다음 스포츠 포토포샵 게시판에서 또한번 화제가 된 '홍드로'에 전해지는 메시지들. 진짜 프로야구 선수가 된 듯 반응하는 야구팬들의 유머는 그녀가 시구자를 넘어 그들에 당당한 야구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같은 반응엔 그녀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겨나온다. 그 기본요건은 물론 '홍드로표 개념 시구'다.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투구폼으로 사랑받는 그녀이기에 가능한 모습인 것.

하지만 단순히 시구 동작이 훌륭해서, 포수미트가 펑펑 울릴만큼 정확하고 강한 공을 던져서 이런 모습이 연출되는 것일까. 단지 '멋진 시구자'에 국한한다면 그녀 외에도 많은 이들을 거론할 수 있다. 홍드로의 영원한 라이벌 '랜디신혜', 말을 타고 등장해 멋진 사극 대사를 날리던 정태우, 축제 분위기를 돋구던 바다, 수년전 '인어아가씨 투구'로 관심을 모았던 장서희 등 모두가 인상적인 시구자다. 

그러나 홍드로에 대한 야구팬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일반 연예인 시구자를 넘어 한층 더 각별하다. 야구팬들이 이러한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음은 그녀를 자신들의 영역인 야구에, 그라운드의 또다른 공인으로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게스트'를 넘어 함께 경기를 공유하는 스포츠인의 한사람으로 말이다.

그녀의 시구엔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는 비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본인은 침묵하고 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마법이자 '홍드로'의 진짜 비결이다.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가 팬들을 감동시키는 파노라마.

첫번째 이유는 이미 많은 이들이 공감할 터, '유니폼을 제대로 갖춰입은' 모습이다. 야구팬들은 흔히 여성 연예인 시구자들을 보며 '개념 시구'와 '비개념 시구'를 말한다. 그들은... 아니, '우리'라고 해두자. 우리는 짧은 치마에 구두를 신고 등장한 스타에겐 설령 그 모습이 어느 무대보다 빛나 보인다 해도 외면하고 만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차림새론 크고 제대로 된 투구폼을 보여 줄 수가 없다. 준비 미숙, 무성의란 단어가 네티즌 댓글을 오르내리는 이유는 그 공이 허공을 갈라서가 아니라 '열성'이 보이지 않아서다. 스포츠인도 아닌데 왜 열성적 투구까지 필요하냐 반문할지 모른다. 물론 그건 사실이다. 대신 이 경우엔 그 스포츠 무대의 공기와는 별개의 '초대손님' 정도로 만족해야 함도 사실이다.

 
 
 
  ▲ 이 컷은 마스코트의 '가라! 나의 전사여!' 포즈가 더해져 또다른 역동감을 선사한다. (출처 스포츠코리아)  
 

그런 면에서 홍수아는 등장시 차림새부터 박수를 유도한다. 앞머리에 꼭 눌러쓴 모자에서 꽉조인 벨트까지, 유니폼을 완벽히 갖추고 큰 동작을 펼쳐보이는 모습은 스포츠인의 그것처럼 열정적이고 아름답다. 사진 포착 순간 꽉다문 입은 장엄한 군무의 무희를 보는 듯 기묘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등 뒤에 '홍드로'란 별칭까지 그대로 프린트해 보여주는 것은(물론 그녀의 주변 이들도 합작한 결과일 터) 또 한번 보는 사람을 감탄케 한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그 멋진 투구폼의 결과에 숨겨진 비결이다. 우리들은 그녀의 피칭을 두고 흔히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란 말로 이를 간단히 해석한다. 물론 그녀의 익사이팅엔 빼어난 센스와 자질이 배어나온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이것만으로 저같은 시구가 가능할까. 당연히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 일단은 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실은 그 이유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건 다름아닌 '노력'이다. 아무리 감각이 뛰어나도 상당한 훈련이 없으면 저것이 불가능함을 우린 직감한다. 그저 잠깐의 1구로 끝내는 단발성 외부행사로 인식했다면, 잠깐의 트레이닝 후 곧장 시구에 임하는 것이라면 절대 불가할 결과이며 의심할 여지가 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언젠가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시구를 소개한 적이 있다. 홍수아는 훈련을 맡은 선수와 함께 투구를 반복했다. 기자는 매번 정확히 송곳처럼 미트에 공을 꽂아넣으며 펑펑 소리를 울리는 그녀에 감탄했지만, 실은 그 소리보다도 진지하게 빠져든 그녀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 라라는 좌충우돌 끝에 결국 시구에 멋지게 성공한다(출처 다음 톡틴 애니극장 국내판 서비스 중 캡처)  
 

한일 합작으로 최근 인기를 얻는 '라라의 스타일기'(원작 일본 '키라링레볼루션'/한국 지앤지 엔터테인먼트 제작 참여- KBS, 투니버스, 카툰네트워크 국내방영)란 TV판 애니메이션이 있다. 아이돌 스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엔 주인공이 시구 행사를 맡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운동신경 제로의 소녀가 수없이 공을 던져대며 열정을 잃은 투수를 감화시키는 스토리는 물론 과장과 미화로 포장된 것일 수 있다. "누가 저렇게까지 연습하겠느냐"고.(타이어를 끈다거나 몸에 근육단련기구를 달다 제풀에 묶이는건 확실히 심했다) 그런데 '홍드로'를 보고 있자면 '저럴 수도 있겠다'란 환상을 품게 된다. 어쩜 '아무렇게나 던져도 되는 팬서비스' 정도로 끝낼 수도 있는 시구에서 저 정도 완벽함을 보여주는 것은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기에 가능한 일일까 하고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보여주지 않아도 야구장을 찾은 관중과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 그녀의 사진기사를 바라보는 네티즌은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서 숨겨진 노력의 호흡과 땀내음까지 느끼기에 '언터쳐블 홍드로'를 주저말고 외치는 것이 아닐까. 기자가 말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비결'이자 그녀의 '말 없는 메시지'란 바로 이것을 뜻함이다.

 
 
 
  ▲ '홍드로'라는 닉네임까지 등에 달고 광속구를 뿌리는 그녀, 반하지 않을 수 있는가(출처 스포츠코리아)  
 

그녀에게 우린 '153km 강속구 투수', '홍드로'란 우스갯소리로 화답한다. 단순히 공이 빠르다는 칭찬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몸짓으로 전하는 메시지에 무의식 중으로 "당신의 열정은 그만큼의 자격이 있다"라고 애정을 담아 화답한 것이었으리라. 그리고 어쩜, 그녀는 시구를 통해 연예인으로서의 정열, 그 자체를 함축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 사진의 저작권은 스포츠코리아에 있으며 뉴스보이는 스포츠코리아와 기사제휴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www.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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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이런개념글에 2011/05/01 1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을 안달다니.

    기자분 감사합니다 홍드로 짱 ㅎㅎ



19년 징크스 깬 새벽, 네티즌 환호
사우디전 2대0 , 시원한 승리

 
     
  


  ▲ 다음 스포츠 중계 라이브 게시판 새벽 1시부터 3시사이의 심야에도 많은 네티즌들이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시원한 승리였다. 경기 내용도, 19년 묵은 징크스 해소도 모두 속시원한 결과였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일 새벽 사우디 리야드 킹파하드 경기장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홈팀 사우디아라비아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양팀은 전반부터 결정적인 슈팅을 몇차례씩 주고받으며 분위기 싸움을 이어갔다. 특히 한국은 골이나 다름없는 슛을 계속 보여주며 시원시원한 경기를 펼쳤으나 상대편 알리 키퍼의 선방에 번번히 막혔다.

후반전 들어 승리의 여신이 조금씩 한국에 미소를 보냈다. 후반 14분경 사우디 공격수 하자지가 이운재 골키퍼 앞에서 쓰러지며 페널티킥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달려온 심판의 옐로카드는 하자지를 향했다. 전반에도 경고가 있었던 그는 시뮬레이션 액션 판정으로 경고누적, 퇴장당했다.

이후 기세를 올린 한국은 후반 32분경, 정밀한 팀워크로 선제골을 쏘아올렸다. 양 크로스의 이영표, 박지성을 거친 공을 골대 바로 앞에서 넘겨받은 이근호가 수비보다 한발앞서 밀어넣은 것. 급해진 사우디는 반격에 나섰지만 위기 때마다 상대 슛은 한국 골대를 빗나갔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정성훈과 후반 교체 투입됐던 박주영이 쐐기골을 박았다. 골대 앞에서 방향 전환 후 날린 중거리 슛이 원바운드로 오른쪽 네트를 갈랐다. 알리 키퍼가 몸을 날렸으나 그의 손이 닿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날 승리로 장장 19년간의 사우디 징크스는 깨졌다. 한국은 지난 1989년 이래 6전 3무 3패로 사우디전 무승기록을 이어갔었다.

승리가 확정되자 국내 네티즌들도 일시에 환호했다. 평일 새벽 경기임에도 불구 인터넷생중계가 서비스된 다음의 라이브게시판에선 승리팀클릭수 9만여건(한국 5만5000, 사우디 3만3000), 응원댓글 9900여개가 올라 이날경기에 집중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박지성과 이근호, 이영표에 대한 호평이 오르내렸고 박주영에게도 "오늘 최고의 골"(프라임 님) 등의 찬사가 나왔다. "간만에 집중력 있는 경기"(후린 님) 등 경기내용에 대해서도 만족스런 분위기다.

최종예선 첫경기 북한전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 잘 풀리지 않던 한국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전의 4대1 대승에 이어 사우디전 2대0 승리로 골가뭄과 팬들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시켰다. 최근의 이같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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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말말말] 야구에도 좌파와 우파가 있나요 
11월 10일 ~ 16일

  
"아시아시리즈, 좌파 대 우파 대결"

- 후덜덜한 제목 센스. 일간스포츠의 '아시아시리즈 좌파 SK vs 우파 세이부 대결'... 투수 얘기, 말은 맞는데 좀 이상하죠.

덕분에 몇 안되는 댓글조차 정치판이 됐습니다.

 

"곧휴 얘기 썼다고 짤렸어요"

- 13일, 아고라 고민방에 "아고라 게시판 통제 정말 심각하네영"이라고 올라온 게시글이 있길래 직업병처럼 화들짝 클릭했죠. "곧휴얘기 썼다고 바로 짤리다니, 곧휴 좀 좋아하면 안되나여?"라고요?

이런거 안 짜르면 대체 뭘...

그래도 클릭 수는 괜찮습니다. 낚시라고 하기엔 좀 진지하고...

 

"1등 신부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4등 신부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 11일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현재 여교사 비하 발언으로 파문 확산 중입니다. 나 의원이 "우수한 인원들이 교사로 간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한데 반해 민주당은 해명이 더 문제라고 비난, 일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넌 절대 자유투를 넣지 못한다"

- 14일 게시, 19만 조회수를 기록한 이 제목의... 아니다. 직접 보여드려야 겠다.

    


  
  14일 자몽에이드 님. 다음 스포츠 포토포샵 베스트작 중  
 


아래 주소 가시면 움짤까지 다 나와요.

(http://bbs.sports.media.daum.net/gaia/do/sports/bbs/group1/photo/read?sortKey=depth&bbsId=F005&searchValue=&searchKey=&articleId=53983&pageIndex=1&RIGHT_SPORTS_BEST)

반응은 더 웃겨.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이쁘다구했어"

- 14일 다음 TV팟 등록, 메인에도 올라 22만 조회수를 기록한 화제작입니다.


- 출처 다음 tv팟 웅컁컁 님 게시물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35ZOvJ4HzPc$)

 그리고 베스트 반응이 이거.

    


  
  이뤄내겠어 님 작품.  
 


"IMF 총재가 조건없이 제시했지만 오해 받기 때문에 거절"

- 파이낸셜뉴스 보도입니다.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G20금융정상회의에 대해 예상보다 성공적이었다 평한 것을 보도했는데요. 이를 실은 헤드라인보다 마지막에 소개된 IMF 총재와의 이야기에 시선이 갑니다. IMF총재가 "한국같은 나라가 돈을 갖다 써줘야 우리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며 사용해 주길 바랬지만 나라가 어려워진 것으로 오해 받기에 거절했다고 답했다고요.

혹 수락의사가 나왔으면 곧바로 후폭풍 몰아쳤을 사안. 그런데 거절한 것을 두고 또 '잘했다'고 평하게 되면... 요즘 시국엔 이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죠. --;

이래저래 슬픈 시대입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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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가 안 열려? 빛자루로 한번 쓸어보세요 
내컴퓨터 등을 망각했을시 어드바이스 

  
미리 알리는 말씀.

기자들 사이에서 '냄새나는 기사'라 칭하는 것들이 있다. 지나친 홍보성 기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광고영업 등 댓가성을 의심할 법한 수준은 실제로 광고영업을 겸업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의 일부 전문지 기자들 사이에서도 금물. 하수의 증표랄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스로도 조심스럽다. 혹여나 이걸 읽고 '경험을 가장한 소설...'이라며 의심하진(설령 프리웨어라 강조해도) 않을까 해서.

진심이건대, 이는 경험자로서 같은 곤란에 처한 독자들에 도움이 되고자 꺼낸 것임을 밝힌다.

 

증상 1 - 내컴퓨터가 안 열린다

어젯밤 기자는 폭발 후폭풍에 휩쓸린 기분(물론 경험한 적은 없지만)이었다. 구입 후 반년 이상 탈 한번 나지 않던 파트너가 갑자기 치매 현상을 일으킨 것. 공주님처럼 모시던 컴퓨터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

"내 컴퓨터가... 안 열려..."

실은 며칠전부터 내컴퓨터 폴더가 열리지 않기 시작했다. 첨엔 그저 이런 증상도 있나 하고 재부팅, 아무 일 없는 듯해 그냥 넘어갔다.

아니었다. 이제는 부팅하고 딱 한 번 열릴 뿐, 이후엔 절대 열리지 않는다. 당장 불편함을 호소할 증세는 아니었지만 기본 중의 기본 기능이 마비된 것이 거슬렸다. 모셔온 것이 지난 4월. 아직 창창한 공주님께서 왜 망각의 강에서 헤매시나이까.

 

증상 2 - 이젠 바탕화면의 다른 폴더에도 치매가 감염됐다

"안 열려... 안 열려..."

좀비 마냥 멍한 눈으로 되뇌었다.

경보 레벨이 '화스트페이스'로 1단계 올라섰다. 바탕화면에 있던 다른 폴더들도 열리지 않기 시작한다. 더블클릭에 트리플, 백열각 연타를 아무리 해봐도 잠깐 빈 창만 열리다 곧장 사라진다. 진짜 큰일났다 싶었다. 이러다 윈도우 창까지 맛이 가면 난 밥숟갈을 놔야 한다.

네이버 지식인, 다음 신지식 등 지식포털을 뒤져봤다. 특이한 현상인지 의외로 검색물이 적어 애먹었다. 같은 현상을 겪는 분들도 상당한 고초가 예상된다. 일단 처음으로 건져올린 것(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1&dir_id=106&eid=zefWujrbjZPMgiymY3A5r7gJBj5V08kU&qb=s7vExMe7xc0=)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아마도 동영상 썸네일을 만드는 데서 에러가 생긴 증상인 듯 합니다..."

뭔 말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난 천상 문과 출신임을 다시 자각한다. 패스하고 다음 문단.

일단 시작으로 가셔서 실행 누르시고요, 거기다 이 명령어를 쳐 넣으세요. 글고..."

시작, 으음. 그리고 실행...

'실행'이... 없어. 내 컴퓨터 운영체제는 윈도우 XP가 아닌 비스타 홈베이직이야.

10분간 머리를 감싸쥐다 이번엔 윈도우 비스타에서 실행 여는 법을 검색해 본다. 다행히 방법이 있었다.

"으음, 윈도우 버튼하고 이걸 동시에 누르면..."

된다. 하나님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리고 명령어를 복사 후 입력. 엔터... 모니터는 자비로운 어조로 '오류라 실행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순간 하나님은 멀리 사라졌다.

     
  


  지식인 자료(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1&dir_id=106&eid=zefWujrbjZPMgiymY3A5r7gJBj5V08kU&qb=s7vExMe7xc0=)의 jh412656 님 답변 중. 그러나 내 파트너는 거절했다. 혹 이걸로 당신 파트너 문제가 해결됐다면 이 글을 더는 보지 않아도 좋다.    
 


 

시스템 복구 시도... 그러나 복구 시점도 없다

또다른 답지가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셨군요. 얼른얼른 시스템 복구하셔요."

역시 바이러스군. 시스템 복구 폴더를 찾아 클릭. 그러나... 이 놈도 문제의 폴더란 말이다.

"이것도 안 열려..."

기자는 냉장고를 열고 괴로움을 잊고자 소주를 찾았다. 순간 난 소주를 안 마시는 것을 깨닫는다. 주인도 치매에 감염돼 있었다.

다행히 제어판은 열린다. 이를 통해 시스템 복구 폴더를 찾아들어갔더니 "복구할 시점을 찾으라" 한다.

그런데 복구 시점 날짜를 만든 적이 없다. 털썩.

기자는 담배를 찾았다. 2초 후, 담배 안 태운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모처럼 이를 저주해 봤다.

 

바이러스 추정, 알약 투입 시도...

이제 방법은 둘. 바이러스를 의심하고 백신의 힘을 빌려보는 방법이 있다. 이게 안 되면 어쩔 수 있나. 백업 후 포맷해야 한다. 공주님과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찍어야 할 슬픔이 가시화됐다.

기자가 유일하게 사용하는 백신, 알약을 투입한다. 실은 며칠전에도 사용했으나 아무런 바이러스나 악성코드도 검출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한번 시도. 물론 정밀검사로 개시.

안된다. '대세'인 알약에도 면역력을 갖춘 놈들이다. 아무것도 안 잡히고, 공주님의 병세는 점차 악화. 이젠 제어판 빼곤 전부 마비된 상황.

새벽이 깊었고, 공주님의 치매기도 점차 깊어진다. 결국은 외장하드디스크를 연결하고 백업에 들어갔다. 그 와중에 사용설명서를 꺼내 리커버리 방법을 읽었다. '백업 디스크는 두고, 메인 디스크만 포맷하려면 어디서...' 하며 읽다가 아차 싶었다.

"만약 이게 정말로 미처 잡아내지 못한 바이러스 등의 문제라면 지금 백업하는 외장 하드도 감염될 거 아녀?"

결국은 포맷해도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취소버튼을 눌렀다.

해서 다른 백신 하나를 더 써보기로 했다. 물론 무료 프로그램으로. 그리고 여기서 선택한게 안철수연구소의 무료백신 빛자루였다.

 

빛자루 청소 개시, 어라? 뭐가 잡힌다?

먼저 빠른 검색 개시. 트로이얀인가 하는 것들이 수두룩하게 축출된다. 총 64건.

    


  
  처음엔 못 잡았던 바이러스가 여기서 박멸되는가 했는데...   
 


그런데 확인해 보니 C도 D도 아닌 G 드라이브... 외장하드에서 나온 것들이다. 본체에선 아무 것도 안 나오고 백업하드에서만 검색되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외장하드 자체가 처음부터 따로 병을 앓고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건 이거대로 미스테리)

폴더는 여전히 열리지 않는다. 해서 통합검색을 시작했다. 바이러스는 아무것도 안 나온다 싶더니, 뜻밖에도 스파이웨어 목록이 쏟아져나왔다.

    


오오 뭔가 진전이 있다. 스파이웨어가 바이러스 마냥 컴퓨터 내부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만(난 전형적인 문과라니까) 여하튼 기대감은 대폭 업!

다 꺼낸 뒤 모조리 치료해 버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내컴퓨터 폴더를 클릭.


열렸다. 닫고 또 한번. 또 열렸다? 또 한번. 오케이! 다른 폴더도 죄다 열린다.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 상황종료를 선언. 드디어 공주님 머리 속에 끼었던 단백질은 다 빠졌고 만세는 이렇때 부르는 거다.

그리고 새벽이 밝았다. 내 주말 돌리도...

 

지식 포털 해결법으로 실패한 이들에게 넌지시 건네는 추가 방법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광선검 펜싱, 안철수 연구소와 윈윈 전략, 그런거 없구요.

아직도 의문이다. 스파이웨어가 원인? 스파이웨어도 바이러스 마냥 컴퓨터를 저리 건드린단 말인가. 하지만 분명 저들을 치료하면서 문제는 해결됐다.

혹 폴더가 갑자기 안 열린다, 해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던 분들은 먼저 인터넷검색으로 여러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어느정도 조예가 있는 분들이라면 저 정도 조언으로도 얼마든지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겠다.

헌데 본인처럼 제시되는 방법마다 죄다 막히고, 바이러스 추정과 백신 외엔 마땅히 기댈 곳 없는 분들. 눈물을 머금고 내 머리속의 지우개 2탄 찍으시는 건 잠시 보류. 밑져야 본전 치고 본인이 그랬듯 빛자루로 쓸어보시길. 모쪼록 내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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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띠용 O.O 2008/12/10 0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비스타 쓰고 있는데 오늘부터 갑자기 같은 증세가 나타나용
    내컴퓨터나 폴더 열면 잠깐 떳다가 사라지는..
    네이버 PC 그린, 알약 등등으로 다 뒤져보구 있는데..clean..clean..깨끗..
    빛자루쓰면 먼가 나올까요 ㅋㅋ
    근데 원인이.. 혹시나 또 비스타문젠가.. '';;



[오아시스] 어머니는 수능 아침 미역국을 끓어주셨다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결전의 날, 교복을 입고 식탁에 앉았다. 든든하고 뜨끈한 아침을 준비해 주신 어머니께 난 장엄한 눈빛으로 말했다.

"미역국이네?"

 

42. 어머니는 수능 아침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예비 09학번들의 수능 디데이 1일. 난 새삼스레 식겁한다. 벌써 난 저들의 10년 선배구나 하고.

강산이 한번 변했어도 그 날 일은 아직도 선명하다. 특히 세가지가 생생한데, 첫째는 돌아오는 저녁 골목길의 기억, 둘째는 난생처음 홀로 택시를 잡아타고 돌아온 객기... 내 소심하던 소년기에 있어 이건 한 획을 긋는 역사였다.

마지막이 아침 식사 임팩트. 난 무슨 드라마 소재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다. 세상에... 다른 집 엄마들은 "우리 새끼 엿 먹어라"하며 찰싹 붙는 찰엿을 주신다는데 우리 엄마는 "시험 잘보라"며 미끈미끈 미역국을 퍼 주셨다.

물론 난 찰엿보단 미역국을 훨씬 좋아한다. 미역국은 밥에 말 수 있지만 찰엿은 곤란하다. 국그릇에 담긴 정성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날만은 징크스에 연연할 수 밖에 없었다. 찰엿의 행운은 믿지 않아도 미역국의 불길함은 또 그 성질이 다르니까. 행여나 한달 후 "난 몇 군데 대학에 지원했으나 연거푸 미역국을 먹었다"란 말을 꺼내게 될까 두려웠다. 다시 말하건대 "더 줄까?"하고 국자를 내밀던 어머니가 칼날 들이대는 제이슨 엄마(1편에선 그녀가 주인공이다)보다 더 무서웠다.

어떻게 됐냐고? 하나님이 보우하사 '철썩'하고 붙진 않았어도 '끈쩍끈쩍'하겐 붙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지금껏 트라우마로 따라다녔을지도.

그런데 오늘, 난 10년의 세월을 넘어 울 엄니한테 감사하게 됐다.

실은 미역국이 수험생에게 매우 좋은 권장음식이란다.
(관련보도  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4541 )

생각해보니 난 그날 강심장이었고 어렴풋이 간당간당 생각날까 말까하던 위기마다 결국은 깊숙히 숨었던 정답을 꺼내들곤 했다. 오히려 엿을 먹었다간 뇌 속의 기억들이 내 부름에 일어나려다 끈끈이에 걸린 바퀴들 마냥 나뒹굴지 않았을까.

다른 네티즌들의 공유지식을 살펴봤다. 물론 징크스를 말하는 이도 있지만 상당수는 이미 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의학적으로 이같은 사실이 판명됐음을 말하며 많이 먹어주라, 또 많이 먹여주라고 다독이는 사람들. 왜 난 이걸 지금껏 몰랐을까.

사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심신에 순간적 효능이 좋으면 좋았지, 둔화시키거나 나쁘게 할 성분이라면 산고 겪은 산모에게 먹일 일이 하등 없는 것을.

사흘전 개그콘서트 보니 저 에피소드가 소재로 쓰였다. "엄마, 미역국이네? 엄마는 대체..." 하며 성질 엄청 내던(실은 엄마보다 나이가 많다) 아들래미를 보니 기분이 미묘하다. 다행히 난 그때 저리 화를 내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던 걸로 기억한다.

혹 시험을 보고나서 이 글을 보는 수험생 방문자 중 오늘 어머니의 미역국을 받은 이가 있는가. 행여나 곤두선 신경 때문에 어머니께 화를 내거나 하진 않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추운 입시날 맑고 뜨거운 국물 먹여 보내겠다고 새벽부터 고생하신게 감사할 일 아닌가.(미역국은 끓이는 방법도 상당히 까다롭다) 미역국 먹은 오늘, 분명 당신의 컨디션은 좋았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험생에 있어 특효약은 어머니가 건네는 정성, 그 자체임을 환기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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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속 세상보기] 미합중국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숙명은?
영화 딥임팩트




최초의 미합중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물론 저것만으로는 말이 안되고, 한 마디 더 붙여야지. 최초의 '흑인' 미합중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그런데 '최초'라는 말에 어째서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게 되는 걸까. 
 
3. 미합중국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숙명은? - 영화 딥임팩트
 
매운탕 보글보글...

영화 속의 흑인 대통령.

사실 이 아이템은 당선자 윤곽이 나오기 전날 꺼내려 했다. 헌데 그 날 SBS 뉴스(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55&aid=0000144818)에서 이게 나오지 뭔가.

차라리 한 발 빨리 꺼낼 걸 하며 눈물을 머금고 폐기처분하려다가, 내용을 좀 바꿔 살려보자고 맘 먹었다. 그런데 이때부턴 또 뭔가 일정이 꼬이면서 늦춰지고 또 하루 늦춰지고... 살펴봤더니 그럭저럭 다 생각할 만한 아이템인지 이미 매체 몇군데에서 다뤘더라.   

이미 회를 뜨거나 초밥을 빚기는 늦은 터. 다시 단념할까 했다. 그런데, 재밌는건 네티즌들 스스로도 이에 대한 이야기꽃을 만개시키고 있다는 것.

현재진행형이었다. 블로거들도, 카페회원들도 여기저기서 미국 흑인대통령이 허상의 세계에서 뚜벅뚜벅 우리 세계로 걸어들어온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아아, 단순히 시의성에 기댄 아이템이라 생각하기엔 그 유효 기간이 꽤나 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컨셉을 바꿔 매운탕을 끓이기로 작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간만에 저 간판 올리고, 시작.
 
모건 프리먼, 버락 오바마... 닮았습니까?

딥임팩트. 따로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짜지 않고 중간 중간마디 필요에 따라 내용소개를 배치하겠다.

오바마에게서 모건 프리먼을 떠올린 건 그가 그를 지지한 폴리테이너라서가 아니다. 10여년전 미국 대통령의 상을 먼저 그려냈기 때문, 그거 하나다. 시야가 무척 좁은가? 하지만 그만큼 그의 검은 대통령이 강렬했다는 증거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대통령 '톰 벡'이 폭풍과도 같은 카리스마로 넘쳤느냐...

모건 프리먼의 연기는 언제나 담대하다. 일순간 몰아치며 좌중을 압도하는게 아니라 항상 고요하고 잔잔한 연기를 보인다. 어느 한 장면만 뽑아서 클라이막스로 꺼내긴 좀 그렇다.

하지만 조용하다는게 카리스마와 상반된 말은 아니다. 그의 잔잔한 수면을 담아내는 호수는 끝이 보이지 않을만치 광활하기 때문이다.
 

딥임팩트 중 - 출처 다음카페 전주중앙여고 천체관측동아리 별똥구리, 다음 TV팟 공개영상
 
이 대목도 그렇다. 그는 몇 차례에 걸쳐 담담한 연설을 펼쳐내는데 이 부분은 지구의 위기가 절체절명까지 달했던 상황에서 미국 국민(미국의 입지를 생각한다면 전 인류라 해도 무방할 듯)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우주로 쏘아올린 로버트 듀발 휘하 영웅들이 대기권 밖에서 위기를 틀어막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좌절된 상황. 침통할 수 밖에 없지만 그가 꺼내보이는 것은 조금 성질이 다르다. 

섣부른 희망도, 그렇다고 그것을 탁 놓아버리는 좌절감도 시청자들에게 보내지 않는다. 직시해야 할 사실을 먼저 꺼낸 뒤 "우리한테 하나, 여러분한테 하나씩 차선책이 있다"고 전제한다.

첫째 것이 실패할 경우를 생각한다면, 결국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다. 계엄령을 내리고, 생존할 이를 제비뽑기로 선택한다. 재앙을 막을 수는 없지만 종말은 막을 수 있다는 내용. 그러나 이를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혼돈으로 잇지 않고 듣는 모두가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한다. 명연설이다.

오바마와 프리먼의 톰벡이 닮았느냐를 묻는다면... 우선은 고개부터 갸웃거릴 수 밖에. 동년배도 아니고, 묻어나오는 생김새도 분명 다르다.

반면 연설이 뛰어나다는 점은 분명 닮았다. 비록 스타일은 다르지만 말이다. 오바마의 것은 폭포수, 프리먼의 것은 호숫물로 표현하면 될까.

사실 여기서 그 둘을 닮았느냐 비교한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선 편별 여부보단 희망사항에 붙여야 한다. 프리먼의 대통령은 우주의 힘 앞에 더할 나위없이 나약한 인간들에 있어 더할 나위없이 적합한 지도자였다. 위기를 막아내느냐가 아니라, 그 위기를 민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도록 하느냐가 선행 조건임을 직시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와 닮아야 한다는 점은 오바마에 있어 숙명과도 같은 숙제다. 무슨 이야기냐고?
 
오바마는 프리먼(톰벡)을 닮아야 한다

아니. 저 위 영상의 대통령이 연설 중 그랬듯, '내가 하려던 표현의 제목이 아니었다'. 굳이 저 모습을 꼭 닮을 필요는 없다. 하고픈 말은 '닮진 않더라도 저만큼은 해야 한다' 정도가 좋겠다.

저 영화 속에서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대통령 톰 벡은 다시 말하는데 뛰어난 지도자였다. 비중이 크다곤 하지만 단순히 연설을 잘해서만은 아니다. 처음 이 사실의 단서를 잡았던(착각에 의한 것이었지만) 기자와 만났을 때 섣불리 입을 막는 편법을 쓰지 않았다. '발표시간을 좀 앞당기게 됐다'는 당장의 곤란함에 연연했다면 도리어 섣부르게 손을 썼다 예기치 못한 문제가 야기됐을 것이다. 물론 영화만을 놓고 보자면 이보단 그의 인덕이 먼저 빛을 발한다. 발표전까지 비밀리에 진행됐던 노아의 방주, 그리고 우주선 원정과 미사일 격추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1년남짓한 시간 동안 전부 동원한 것 또한 추진력과 행동력 모든 면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꼭 그만이 아니다. 드라마 24시에 등장하는 대통령을 비롯, 그간 허상의 세상에서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등장했던 흑인들은 비록 그 숫자는 적을지언정 하나같이 깊은 인상을 심어 줬다. 인간적이고, 유능하며, 올곧고 선량하다. 무엇보다 사람을 따르게 하는 울림이 있다.

하지만 그건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란 전제에 부여되는 현실적 난관이 영화 속에도 그대로 반영된 탓. "흑인이 온갖 어려움을 딛고 대통령에 선출되려면 저 정도는 돼야..."란 불가피함이 그것이다. 흑인 지도자가 훌륭한 이로 그려진 것엔 이처럼 슬픈 비밀이 담겼다.

표면적으로는 만인평등시대가 만개한 이 시대. 자유민주국가인 미국, 한국... 물론 중립국인 일본과 스위스, 심지어 우리진영서 볼 땐 인권 문제가 심각한 공산국가조차 원칙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이라고 자신의 국가를 정의,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

돈이 곧 힘이라는 물질만능주의와 숭배는 국가를 초월한 맹신의 것이 됐다. 한국에선 고졸 출신의 대통령이 나왔을 때 분명 인정치 아니하는 발언이 어딘가에서 흘렀다. 일본? 재일한국인들의 서러움을 우리가 몰라주면 누가 아는가. 그리고 미국. 흑인과 백인의 사회가 공집합인지 교집합인지 다른 집합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확실한 것은 이제서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벌써부터 '4년후 다신 흑인 대통령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독설을 뿜는 것.

내 학창시절에, 그러니까 아마도 사회 시간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문제를 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늦게 투표권을 가진 이가 누구냐"라고.

여기엔 노예와 흑인, 여성과 노동자 등이 예시문으로 나왔다. 정답은 여성.

하지만, 학생들의 다수가 선택한 답은 '흑인'이었다. 그리고 만일, '투표권'이란 단어에서 아메리카합중국이란 국가를 떠올리고 링컨 대통령 전기에 나오는 흑인 노예 문제까지 링크가 걸렸다면 '흑인 = 노예'라는 공식까지 무의식 중에 성립됐을지 모른다.

여하튼 이런 조건 속에서 파격적 설정으로 등장한 대통령이다 보니 그들은 캐릭터 탄생에서부터 뛰어나야 할 숙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오바마도 마찬가지다.

오바마는 지금껏 전례가 없었다는 핸디캡을 안고서 승리했다. 바꿔말하면 그간 흑인이란 사실 때문에 배제됐어야 할 대통령의 자리에서 다른 이보다 더욱 활약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단 얘기다. 영화 속 선구자들의 모습조차 이젠 부담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번 더 뒤집는다면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싸워야 할 대상이 혜성은 아니지만...

딥임팩트는 사실 캐릭터들의 역할 부여에 있어서 극영화보단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주역이라는 주축이 한 군데만 있지 않다. 대기권 밖에서 유격대로 사투를 벌이는 로버트듀발 일행의 우주선 부대와 관제센터의 사람들, 처음 혜성을 발견한 소년(무려 반지의 제왕이시다)과 주변사람들, 티아 레오니가 열연한 기자(향후 앵커로 전직)와 가족들, 그리고 이 모든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모두 연결된 모건 프리먼과 백악관. 이 모두가 주역으로 실은 이들 그룹 중 어디를 스탭롤 캐스트 목록에 선행 기재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과 소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를 밝히고 정치적 역량으로 모든 이들을 움직이면서 흐름의 주체에 한발 가까워진 것은 모건 프리먼의 1998년도 미국 흑인 대통령 톰 벡이다. 전미를 넘어 전세계적 위기에 봉착해 제 역할을 다했다.

오바마는 혜성과 만나진 않았지만, 헤쳐갈 과제가 많다. 첫째가 영화 속에선 그려지지 않은 흑인 대통령 스스로의 문제. 이에 대한 조언은 없고 다가가야 할 부담스런 상만 그려놓은 것이 그로선 불친절하게 느껴질 법하다.

그리고 경제위기를 비롯 미 새정부가 임해야 할 것들. 하나같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 이렇게 했다'는 부연설명이 함께 기록될 것들이다. 자신이 책임질 자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가 함께 기록하게 된다.

좀 더 넘겨짚어 보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란 사실만으로도 그는 언젠가 자신의 전기 격인 영화를 만나게 된다. 이런 실록이 빨리 등장할 경우라면 덴젤 워싱턴이나 윌 스미스가 그의 분신을 담당할지도. 설령 자신이 아닌 새로운 허구의 흑인 대통령이라도 일단 나왔다 하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기존 대통령 이상의 무게를 '숙명'이란 이름 하나로 짊어지게 된 오바마다. 이제 그가 백과 흑을 아우르고 이상적 대통령의 실제 모델로 자리잡게 될지 주목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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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피소 2심 공판 현장은 - 폭소, 실소... 장장 12시간 35분간의 코미디 법정



드디어 재판이 끝났다. 시계는 10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전 말고 오후.

장장 12시간 35분간(점심시간 2시간을 빼면 10시간 35분)에 걸친 법정 취재였다. 본인에겐 촛불집회 당시 세웠던 최장 취재기록을 가뿐히 뛰어넘는 뜻깊은(--;)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쉴새없이 뛰고 걷던 그 때와는 다르다. 이번엔 법정에 숨죽이고 앉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치긴 마찬가지였다.

웃다 지쳤으니까.

나오면서 간략히 12시간여의 재판 핵심 기록을 살펴봤다.

1. 증인이 증언을 뒤집었다.

2. 족발이 대자냐 소자냐...(자세한 내용은 추후 설명)

3. 돈을 빌려준 거냐 무상지급한거냐에 대한 의혹 제기와 반발

끝.

생각해 보니 이거야 말로 진짜 웃기다. 12시간 넘게 기다려 건진 스트레이트 기사의 기록이 이게 전부일 줄이야.

난생 처음 겪은 법정 취재기, 시작.

 

오전 10시 출석 증인이 오후 4시에 퇴장?!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이 날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피고인석에 앉게 된 형사재판 자리였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그가 공판 2심에 임한 것.

핵심 증인인 이한정 의원은 개정과 동시에 나왔다. 검사 측 심문 1시간, 피고 변호인 측 1시간, 통합 2시간의 시간이 당초 약속됐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 이도 모자라 두배로 늘 줄이야.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게 절대로 추가적 증언이 많아서가 아니었다는 것. 무슨 말이냐 하니 증인의 증언 자체가 당초의 것과 완전히 뒤집혔다. 해서 이를 두고 거짓말이냐 사실이냐에 대한 검사와 변호사간 공방이 내용의 사실상 전부. 이거만 가지고 4시간동안 혈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못해 경이적이다.

처음부터 검사 측의 고행이었다. 검사는 "...했지요?" 라며 조서에 나온 내용의 확답을 얻고자 질문을 연거푸 던졌다. 그런데 답변마다 "그런 사실 없습니다."란 단호한 부정이 거듭됐다. 당초 그의 증언을 유력한 증거로 믿었던 검사측으로선 쓰러질 노릇이다. 그런데 정말 현기증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일이 벌어진다.

"술을 먹이고 쓰러지게 만들면서 진술한 것이 어찌 사실입니까?"

지금껏 검사 측이 받아낸 진술이 죄다 자신들의 회유와 협박에 의한 강제적 허위진술이었단다. 이젠 진술 번복이 문제가 아니라 검찰 자체가 수세에 몰렸다. 뒷목 잡고 쓰러질 일이다. (그는 과거 문 대표가 6억의 돈을 요구하고 비례대표 2번 자리를 제의했다는 등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바 있다. 그런데 이게 전부 거짓이라고 이 날 뒤집었다)

피고인 변호인 차례. 변호인단의 리더격 되는 변호사의 눈은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이 됐다.

"지금껏 검찰에 밝힌 진술이 증인에 대한 회유, 협박에 의한 것이고, 족발과 양주 등을 대접한 것이란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이런~쓰읍!"(쌍시옷이 나오려다 일단 스톱)

심문하다 말고 검사 측을 노려본다. 결국 오전 2시간이 똑같은 말로만 되풀이됐다.

변호인 - "족발 먹었어요? 양주도? 아니 소주입니까?"

검사 - "조서 보면 증인이 직접 '난 폭탄주 좋아하고 술 세다' 밝혔잖아요?"

증인 - "죽고 싶습니다."

변호인 - "전부 거짓이었단 거죠?"

검사 - "왜 거짓말 했습니까?"

증인 - "하나님 앞에 선 기분으로 솔직히 말하는 겁니다..."

결국 추가 내용은 진행되지도 못하고 이걸로 오전 재판 종료. 이 의원은 당초 예정과 달리 오후에도 계속 나와야 했다. 2시에 개정. 또 똑같은 내용의 반복이다. 결국, 오후 4시가 넘자 판사가 참질 못하고 나섰다.

"언제까지 할 겁니까? 2시, 3시, 4시 증인 언제 부를 겁니까?"

결국 판사가 직접 나서서 마무리 심문을 한다. 그제서야 이 의원은 교도관들과 함께 퇴정, 다시 구치소로 돌아갔다.

기록 수첩을 뒤져 봤다. 증언의 반복 및 핵심 키워드는 '족발', '양주', '소주', '족발을 대자 시켰냐 소자 시켰냐', '구치소마다 족발 사이즈가 다르더라', '죽고 싶다', '하나님 앞에 선 기분으로 말한다', '문대표는 깨끗한 분이다', '고립무원의 상황이라 허위진술을 했는데 이용당했다' 정도. 요약정리컨대 "지난날엔 술과 안주를 들고 찾아온 검찰의 회유에 문대표에 불리한 거짓진술을 했고 구치소마다 족발 사이즈가 달랐고 이젠 하나님의 뜻에 따라 탄원서를 내고 진짜 진술을 하며 진실을 밝힌다, 문대표는 잘못 없다" 정도다. 그래, 이 말 한줄 얻는데 점심시간까지 합쳐 6시간을 썼단 말인가.

 

야단치는 판사, 고개 숙이는 검사 및 변호사... 여긴 대학 모의법정?

영화 속 형사재판을 보면 주연은 단연 검사와 변호사다. 논리정연하고 간략한 질문으로 증인에게서 '네', '아니오'란 명료한 답변을 뽑아낸다. 감정이 극에 달하면 "이의 있습니다!"를 크게 외치며 기싸움을 벌이고 이 때마다 방청객들은 박수, 혹은 야유를 쏟는다. 판사는 "조용! 조용!"을 외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거나 특별한 경우에만 개입해 최소한의 발언을 한다. 어딜 봐도 재판의 주연은 검사와 변호사다.

환상은 완벽히 깨졌다. 주연은 누가 뭐라해도 판사였다. 검사와 변호사는 판사에게 야단맞고 고개 숙이기 일쑤였다.

마치 대학에서 모의법정 수업을 하면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분위기랄까. "재판은 이렇게 하는겁니다"란 기본적 룰부터 상세히 가르쳐주신다. 이 판사님은 평소엔 신부님처럼 온화하게 말씀하지만 한번 흥분하시면 같은 단어를 세번 반복하고, 때론 화도 낸다.

검사 측은 공소내용 때문에 한 소리를 들었다. 본인들의 것과 재판부 및 변호사에 건넨 본의 것이 달랐다.

판사 - 저기요, 이한정 씨가 받은 돈이 채권에 의해 빌려준 것인지, 그냥 헌납을 한 것인지 성격을 명확히 해 주면 좋겠는데...

검사 - 14페이지에...

판사 - 13페이지가 끝인데?

변호사 - 우리도...

판사 - 우리쪽에서 프린트를 고의로 바꿀리는...(웃음)

방청석에선 실소가 터졌다. 결국은 검사 측이 뭔가 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언제나 웃는 얼굴로만 제지하는 판사님이 아니다.

"저기, 그 질문을 굳이 할 필요가 있습니까?"

변호석의 '이의 있습니다'보다 판사가 직접 질문에 제동을 거는 경우가 더 잦았다.

"저기, 언제까지 할 겁니까? 그 내용이 중요합니까? 지금 그 내용만 갖고 몇시간을..."

급기야 이한정 증인을 붙들고 증언번복 이야기만으로 오후 4시를 넘기자 판사는 짜증을 냈다.

"검사 측, 왜 증인에 대한 소개 파일을 준비해달라 얘기했는데도 안 줍니까? 그럼 배경 질문이라도 던져야지..."

준비물 안 가져온 것으로도 격노를 하신다.

"우리 재판부는 내막을 모르잖아요? 어떻게 판결을 합니까?"

심지어는 "몇달간 수사를 뭐했냐?"는 적나라한 비난까지 나왔다.

"아까 증인이 인터넷을 통해 산술자료를 뽑았다던데... 공소 자료엔 이게 왜 없습니까? 몇달간 수사하면서 대체..."

판사님의 얼굴이 붉어진다. 검사 측은 죄송합니다를 반복한다.

변호사 측도 예외는 아니다. 초반부 검사 측 심문을 듣다 뭔가 화가 나 항의를 한다. 보고 있던 본인도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었던 찰나, 판사님이 온화하게 상황을 중단시키며 친절히 룰을 가르쳐 주신다.

"변호인 측, 이의가 있으면... '이의 있습니다'라 일단 말하고, 우리한테 신청을 해주세요. 마주보고 있다고 우리만 쏙 빼고 그러시면... 우리가 섭섭합니다."

웃던, 화를 내던 하나하나 지도해주는 모습은 헌신적인 교수님을 연상케 한다.

"저기, 심문 언제 끝나나요?"

"잠깐! 변호인측, 흥분 좀 가라 앉히시고..."

"저기요, 이 심문 내용 누가 쓴 겁니까? 이런 식으로 하시면 곤란합니다..."

"여기서 이 내용이 갑자기... 왜 나오는 겁니까?"

변호인 측도 판사의 제지가 들어오면 몸둘 바 몰라 한다.

증인이 답변하다 화를 내거나 하면 수습도 판사님이 다 한다. 검사나 변호사가 커트할 부분을 못 찾으면 판사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증인, 섭섭하실수도 있는데..."

"증인! 여기는 일장 연설을 듣는데가 아닙니다..."

"증인, 죄송한데... 바쁘신 걸 아는데 이왕 늦어진거 10분만 좀 쉬고..."

한두번도 아니고 어느 새인가 개그 법정이 되어 있었다. 판사님 없었으면 이 날 재판은 날짜를 넘겼을 것이다.

 

증인을 잘못 데려오다

이한정 의원을 돌려보내고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된다. 교도관 한명이 증인으로 나왔는데 수감 중 검찰 조사 일지를 확인하려 했더니 "난 그날 근무를 안 해 모른다"란 답변이 이어진다.

변호인이 실소하며 "준비 좀 해 오시지... 여기서 그런 걸 물으려고 소환했는데..."라 말했다. 판사는 어이가 없었는지 "증인! 여기에 왜 왔어요?"를 외쳤다. 증인은 상세자료를 재판부에 발송한 걸로 알고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자료는 도착하지 않은 상태. 결국 이 증인은 증인석을 내려가 전화통화로 다시 필요내용을 메모해 와야 했다.

암만 봐도 증인을 잘못 데려왔다. 혹 교도관 사이에서 제비뽑기의 희생자가 나온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종반부,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클라이막스는  마지막 증인의 심문이었다. 대선 당시 창조한국당의 종교 특보를 맡았다는 박수천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시간은 이미 저녁 7시 30분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이 날 재판에 있어 내용면으로도 중요한 입장에 있었다. 자신의 진술이 허위라 밝힌 이한정 의원과 달리 그는 '공천헌납이 분명 있었다'며 문국현 대표를 궁지에 모는 역할이었다. 여기엔 자신이 공헌했음에도 불구 비례대표에 이름을 못 올렸다는 개인적 울화가 더해져 마치 드라마의 애증을 보는 듯한 시나리오가 성립됐다.

그리고, 이 날 법정을 완전히 봉숭아 학당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검사 측은 분명 "왜 당에서 사퇴했느냐, 자신이 비례대표 2번을 받았어야 했다 생각하는 근거가 뭐냐"를 질문했다. 그런데 5분(체감은 10분 이상) 이상 가량 그는 자신의 소개와 창조한국당에 힘을 빌려주게 된 배경, 심지어 대선 당시 문 대표의 이미지까지 꺼낸다.

갑자기 심장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그의 연설이 장엄해서가 아니다. 음파가 법정을 진동시켰다. 이번에도 판사님이 구세주다.

"증인, 마이크 좀 입에서 떼 주세요. 소리가 울려서..."

그런데 증인은 또 입을 바싹 댄다. 어쩔 수 있나. 법원경위가 와서 마이크를 쭉 뺀다. 여하튼 연설은 계속됐고 보다못한 판사가 스톱.

"여기는 증인의 강연, 일장연설을 듣는데가 아닙니다."

나중엔 검사, 변호인석, 재판부 할 거 없이 할말만 해달라고 제지가 계속 쏟아졌다. 그러나 증인은 "아니 글쎄 일단 한번 들어보시라니까요."를 반복한다.

검사의 질문이 30분간 계속 됐는데, 결국 여기서 나온 이야기는 총선 당시 문 대표의 애로사항, 그리고 자신이 은평 을에 출마토록 도와 준 공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후 토사구팽됐다는 주장과 서러움으로 점철됐다. 보다 못한 판사가 이번엔 이야기를 끊지 않는 검사에게 화를 낸다.

"저기요... 계속 할 겁니까? 중요한 증인 같은데, 배정된 시간은 30분입니다.(이미 다 지났다) 그런 내용 말고 보다 중요한 건 따로 물을 게 없습니까?"

검사 측은 침묵했다.

"그게 중요한 내용인가요? 다른 거 물을게 그리 없습니까? 듣고 있자니 제가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 재판 언제 끝낼 겁니까?"

난 여기서 대단히 중요한 기로에 있었다. 웃음소리를 흘렸다간 법원경위가 법정모독죄를 물을 것이며, 참자니 괴로웠다.

"중요한 이야기 뭐 없어요?"

"이것도 일단은 다음 이야기를 해석하는데 있어 중요하고요, 뒤에 또 중요한 대목이 있긴 있는데... 5분안에 끝내겠습니다."

으음, 부연설명이 30분에, 핵심은 5분...

그런데 변호인 측은 2시간 가까이 질문을 던졌다. 변호사는 그간 쌓인게 많았는지 엄청나게 감정을 폭발시켰다.

변호사 - 증인! 한게 뭐예요?

증인 - 뭘 하다뇨? 전 대표님을 은평 을에 출마토록 한 것만으로도...

변호사 - 그게 업적이다 치고! 그 말고 또 한 대여섯개 들어봐요! 당신이 한게 뭐 았어!

그런데 증인심문사항을 읽던 판사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 넘쳤다. 갑자기 중단시키더니 변호인 측에 조용히 화를 폭발시킨다.

"이... 내용은 뭡니까? '재판부의 가사분담조정위원회 같은'... 이 얘기가 왜...?"

변호인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송구한 미소로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를 반복한다. 가만 듣고 있자니 아마도 증인이 당에서 한 게 별로 없다는 말을 하면서 이에 빗댄 표현을 하다 재판부의 해당부분을 비하하는 내용이 섞여 나온 모양이다.

이쯤하니 증인이 "왜 죄인 심문하듯 하냐"며 불만을 터뜨렸고 검사 측도 "인신공격을 한다"고 항의했다.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며 다시 한번 말했다.

"아니... 여기서 재판부 가사... 왜 이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거 듣고 있자니 증인 이야기가 아니라 꼭 재판부에..."

순간 방청객들은 폭소했다. 점차 재판이 이상한 쪽으로 흐른다.

변호인은 이후에도 쌓인게 많았는지 당사자가 울컥할 표현을 계속 던졌다.

"증인! 이전에도 새천년민주당, 신한국당, 여기저기 기웃거렸죠? 비례대표 뽑힌 적 있어요? 없지요?"

"당에 와서 물이나 흐리고 말이야!"

"정말 자기가 꼭 비례대표 2번 했어야 할 위인이라 생각해요? 당에 인물이 그렇게 없었어?!"(이건 도리어 피고인 측이 불쾌해 할 발언이다)

"남의 집 들어가 문 걸어잠그고 협박은 왜 했어? ...그럼 그게 가택침입이지 뭐야?!"

청문회가 따로없다. 한 쪽은 못 잡아먹어 안달인 편, 또 한쪽은 한번 해보겠다는 거냐고 팔 걷어붙히는 편... 증인은 결국 변호사에게 "변호사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심문을 뭐 그따위로 해요?"라며 반문한다. 급기야 판사님이 또다시 나섰다.

"변호인, 이 내용... 누가 썼어요? 옆에서 누가 도와주셨나?"

"...제가 새벽 3시 30분까지 쓴 겁니다."

"아니... 이 너무... 표현이 세서... 으음... 걱정스럽습니다..."

결국 이후에도 두세번은 더 말려야 했다.

1시간 내정된 시간이 2시간을 넘긴다. 이렇게 되자 예상 밖 상황이 펼쳐진다. 피고인이던 문국현 대표의 스케줄이 위태하게 된 것. 재판 후 밤 비행기로 두바이에 떠나기로 했는데 재판이 네버엔딩스토리로 흐르고 있었다. 결국 판사님이 말한다.

"피고께선 먼저 가셔도 좋습니다. 우린 여기서 재판 좀 더하겠습니다."

9시 35분, 문국현 대표 퇴장. 생각치도 않은 초장시간 재판으로 인해 스케줄이 뒤틀린 피고가 먼저 자리를 뜨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피고 없이 공판을 지켜봐야 한다.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증인, 마이크 좀 입에서 떼시라니까요."

법원경위는 계속해서 마이크를 손수 움직인다. 그러나 흥분한 그에겐 이게 소용이 없다. 판사가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데 이럴 거면 일단 폐정하고 다음에 한번 더 소환하자"는 제의를 꺼냈지만 증인은 "아, 난 여기서 할말 다 꺼내는게 편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검사의 마지막 심문에선 "누가 그러더라"라며 들은 내용을 통한 증언이 계속됐다. 검사 대신 판사가 제지한다.

"남에게 들은 이야기로 증언을 할 거면 한 사람만, 한 사람만, 한 사람만(다시 말하지만 이 분은 흥분하면 같은 말을 세번 반복한다) 응? 여기다 증인으로 모시면 재판 다 할 겁니다. 지금 하는 이야기가, 재판에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아 글쎄, 여기서 증인 넋두리를 들어 줄 시간이 없다니까!"

시계가 9시 50분을 향한다. 이젠 막차를 걱정할 시간. 판사는 검사와 변호사 측 양쪽 모두에 "1시간 하기로 해놓고 이 증인만 2시간 30분 가까이 붙잡아 두고 있다"며 화를 냈다. 증인에게 "변호인 측이 화를 낸건 피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며 증인이 너무 불리한 증언을 많이 했길래 인간적으로 그런것 같으니 이해하라"고 다독이는 판사. 증인은 아직도 할 말이 많은 듯 "좀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은 일어서야 했다.

증인을 다 돌려보내고 판사는 속기사에게 "저녁은 어떻게?"라 배려해 준 뒤 검사, 변호사 측에 항의하듯 말한다.

"재판 앞으로 두번 남았어요? 두 번 더 추가해 네번 합시다. 이래가지고 재판이, 재판이, 재판이... 안 됩니다! 어느 세월에?! 그리고 자료 달라니까 왜 안줍니까?"

"......"

"......"

"앞으로도 이렇게 할 건가요?"

"아니요."

"담번엔 주의하겠습니다."

양 측 모두 회초리 맞은 학생처럼 풀이 죽은 걸 보니 판사도 마음이 아픈가보다.

"오늘, 제가 검사에게, 또 변호사에게 짜증을, 짜증을, 짜증을 냈는데...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판도라의 상자 개봉을 공짜 구경하다

폐정, 10시 35분.

이 날 내용의 핵심을 조금 더 늘려서 간추려 봤다.

1. 이한정 의원은 진술을 뒤집었다.

2. 검사측이 족발과 술을 대접해 허위진술을 요구했다는 것이 주 공방내용이었다.

3. 박수천 씨는 자신이 비례대표 1, 2번에 오를 적임자인데 다른 이가 올랐으니 분명 헌납받았을 것이다.

4. 박수천 씨는 자신이 창조한국당의 핵심 3인방에 드는 이라 자신했고 변호인측은 비웃었다.

5. 검사는 이한정 의원이 채권발행을 주장하지만 가장된 것이며 헌금일 거라 주장하고 변호인은 근거없는 전제라 반박했다.

6. 판사님은 이후부턴 시간을 지켜 진행하자고 부탁했다.

끝.

이거 건지려고 12시간이 넘게 앉아있었던 걸 두고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필기할 사항을 놓쳐도 반복돼 들려오는 말로 인해 걱정할 것이 없는 건 장점이지만.

재판 방청을 두고 '공짜 구경 잘했네'라며 '구경'이라 표현한다면 이 역시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는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영화 한편에 7천원, 야구장 관람도 그 정도... 2시간 짜리 유료구경과 이날의 방청을 비교해봤다. 결론은 12시간여의 무료 방청 역시 생각할 것들이 그 못지 않다는 소감이다.

앉아서 법정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인간의 욕망과 오해, 진실과 거짓, 애증과 갈등이 사람들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이러한 것들이 나오는 것일까. 사람의 감정과 대립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공개재판법정도 여러모로 얻을 점이 많은 장소로 추천할 만 하다.

다만, 인내심만큼은 꼭 지참하여 찾아가길 권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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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이래선 안돼요" 방청시 주의해야 할 것들
껌 씹기, 턱 괴기... 헤드폰 노출, 볼펜 물어도 안 돼


6일, 취재차 서울지방법원에 다녀왔다. 기자로선 난생 처음의 입정.

법정영화를 보면 판사가 웅성이는 방청객들에게 "한번만 더 떠들었다간 법정모독죄를 묻겠소"란 대사를 날리는 걸 심심찮게 보게 된다. 해서, 저절로 조심스러워지긴 했다. 하지만 첫경험자로서, 생각 이상으로 방청객에 요하는 에티켓이 엄격함을 느꼈다. 

무경험자, 혹은 아직 법정 분위기가 낯선 예비 방청인들을 위해 이날 확인한 '제지당할 수 있는 몇가지 금기사항'을 소개한다.

 
 
▲ 서울 지방 법원

  

1. 떠들면 안 돼요, 속삭여도 안 돼...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황. 설령 "영화 속 그들처럼 크게 떠들거나 항의하거나 하지 않았는데 괜찮겠지"하는 생각은 오산이다.

입가에 손을 대고 조용히 속삭이던 두 여성에게 법원경위(혹은 정리)가 다가가더니 말한다.

"떠들면 안 돼요."

갑자기 일어서 "정의는 죽었어!"를 외쳐야만 법정모독이 아닌 셈이다. 여기는 그 어떤 낮은 목소리의 대화조차 용납되지 않는 성역.

 

2. 휴대폰 벨소리, 잊으셨나요?

법정 출입시 이는 기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 공지됐다. 한번은 물품검색대에서, 그리고 또 한번은 법정 출입문 앞 공지문에서. 법원에선 필히 휴대폰을 끄거나 진동으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를 잊은 분이 있었다. 오전 재판 중 갑자기 들려오는 경쾌한 행진곡 소리...(이거 펌프 잇업에서도 나온다...터키 행진곡 말고)

자신의 것이라 미처 생각 못했는지 상당시간이 지나서야 주섬주섬 꺼내든다. 물론 법원경위의 눈은 이미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이다. 천천히 문을 열고 다가가더니 주의를 준다. 입정시 깜빡할 수도 있으니 한번 더 확인해 볼 사안.

 

3. 턱 괴고 앉아도 '옐로카드'

갑자기 법정경위가 방청석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목소리나 소음은 전혀 없는 상황.

한 젊은 남자 앞에 선다. 그때까지도 남자는 무엇때문인지 전혀 모르는 졸린 듯한 눈빛으로 천천히 법원경위를 올려다 본다.

왼 팔은 턱에 괴고, 오른팔은 왼팔꿈치를 받친 자세가 문제였다. 법원경위가 같은 제스처를 취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자 그제서야 남자는 머쓱한 미소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장시간 방청에 저도 모르게 자세가 흐트러지진 않았는가 체크하라. 이것도 제지의 대상이 된다.

 

4. 껌씹으면 판사가 곧장 휘슬을 분다

"거기, 방청객!"

증인 심문 도중 갑자기 판사의 목소리가 방청석으로 날아들었다.

"껌! 씹으면 아니, 아니, 아니 됩니다."(판사께선 흥분하면 같은 말을 세번씩 반복하셨다)

졸립다고 턱을 괴면 아니 되지만 이를 쫓겠다고 껌을 씹어도 아니된다.

조용히 씹던, 잘근잘근 씹던, 어쨌거나 턱 운동은 금지. 법원경위가 출격하기 앞서 판사가 직접 당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지 모르는 일이다. 행여나 법정 분위기가 가열돼 판사가 흥분했을시엔 '꾸짖음'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사안.

 

5. 헤드폰, 목에 걸어도 안돼요.

기자? 조심한다고 처신했는데도 두 번 주의를 받았다. 첫째가 입정 직후. 아직 판사가 입정치 않은 개정 전이었다.

당시 기자는 타이 없는 슈트 차림이었지만 평소처럼 헤드폰을 목에 걸고 있었다. 외부활동시 이동모드 중 항상 빠지지 않는 아이템. 물론 음악은 껐고 다시말하지만 귀마개 대용으로 쓰지도 않은 목에 건 상태. 하지만 맨 앞자리를 잡자마자 마침 바로 앞에 서 있던 법원경위가 인사를 대신해 귀띔해준다.

"헤드폰 빼세요."

"넹..."

'이거 악세사리인데요'란 변명? 당연 통할리 없잖아!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가 몸매무새에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장소임을 환기하라.

 

6. 볼펜 입에 물었다간 '찍힌다'

두번째 지적이 이거다. 순간 '또 하나 배웠다' 싶은 쾌감이 나를 자극한다. 한편으로는 '이것도 안되는구나'를 절감했다.

재판이 달아오를만큼 달아오른 오후. 한창 수첩 메모하느라 바빴던 기자가 한숨 돌리며 펜을 입에 물고서 고개를 들었다. 그때 마침 법원경위와 눈이 딱 마주쳤다.

무언의 제스처. 입에 손가락을 댔다가 재빨리 내리고선 손을 내저어 보인다. 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펜을 삼키거나, 입에서 빼 떨어뜨리던가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무의식적으로 입에 물고 있는 나를 확인한다. 버릇이 된 분들에겐 지속적으로 주의할 부분이다.

그러니까 국장님, 넷북 하나 사줘요. 와이브로 달아서...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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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연 첼로 독주회 에피오네 앙상블 멤버로 활동 중인 첼리스트 윤보현이 독주회를 가진다. 윤보연은 예원학교 졸업, 서울예고 재학 중 맨스 음악 대학에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원을 졸업한 그녀는 서울시향, 코리..

새해를 여는 첫 콘서트 <2011 아람누리 신년음악회>

경기도 고양문화재단은 1월 15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2011 아람누리 신년음악회> 연다. 이번 공연은 새해의 희망을 담은 다양한 레퍼토리와 더불어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 받고 있는 이병욱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한 남자와 네 여자의 유감멜로 연극 <썸걸즈>

2007년 초연 당시 2535 여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전회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운 연극 <썸걸즈>가 돌아왔다. 연극 <썸걸즈>는 남녀 간의 성 정치학을 다루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온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닐 라뷰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