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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결산 (하) - 숫자로 보는 남겨진 이야기  



 
19. 8...8...8... 한국 야구팀에 행운의 8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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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행운의 숫자로 부각되는 8. 그런데 야구 준결승에선 이것이 한국 승리를 위한 마법의 숫자로 작용했다.

이 날 한국의 승리투수는 김광현. 그가 2실점만 허용하면서 마운드를 지킨 것은 8이닝.

그리고 일본 침몰의 선봉장이었던 그는 공교롭게도 88년생이다.

한국이 승리를 확정지은 것 또한 8회. 8회말 한국은 이승엽의 투런 홈런 등을 곁들여 4점을 뽑아냈다.

이 날 스코어는 6대 2. 합산하면 8점. 참고로 예선전에선 5대 3으로 한일전은 두번 다 8점씩 터졌다.

그리고. 한국은 예선리그 7전전승에 이어 이날 승리로 8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20. 세계신기록 46개 무더기 수립... 워터큐브엔 뭔가 있다

이번 대회는 세계신기록 수립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려 46개의 세계신기록이 터졌고 올림픽기록은 126개였다. 특히 워터큐브는 세계신기록의 산실. 수영에서만 25개의 세계신기록이 수립, 전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밖엔 역도가 14개로 뒤를 잇고 육상 5개, 사이클이 2개를 얻었다.

개인별로는 남자 수영 마이클 펠프스가 7개, 여자 수영 라이스와 육상 괴물 우사인 볼트가 각각 3개의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에선 장미란이 기록제조기로 우뚝 섰다. 인상, 용상, 합계 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특히 용상 2, 3차 시도에서 연속으로 새기록을 작성, 결국 용상과 전체에서 두번씩 기록을 갈아치운 탓에 도합 5개의 세계신기록을 쓴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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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33세 엄마의 미라클

올림픽 중에서도 평균연령이 낮은 종목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체조. 특히 여자체조의 경우엔 이른 나이에 입문, 어린 나이에 전성기를 맞고 또 이른 나이로 은퇴길에 접어든다. 10대 소녀들이 주를 이루고 20대만 되어도 '노땅' 소리가 나올 정도.

그런데 이 영 스포츠의 산실에 30대 엄마가 맹활약을 펼쳤다. 독일의 옥산나 추소비타나가 그 주인공. 바르셀로나 올림픽때부터 5번째 올림픽 출전을 기록한 그녀의 나이는 올해 33세. 아홉살 아들을 지닌 어엿한 엄마다. 유연성과 신체감각이 절대적인 체조에서 도마부문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그야말로 미라클 마마로 기억됐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더 놀랍다. 늦은 나이까지 은퇴할 수 없었던 이유는 명예도, 애국심도 아닌 모성애 때문이었다. 아들의 백혈병을 치료와 간호비를 벌고자 국적까지 변경하면서 대회에 나선 것.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엄마라는 말을 되새기게 만든 이 대회의 스타였다.


22. 8개의 금메달, 7개의 세계신기록, 14번의 올림픽 우승...혼자서 국가 순위 10위감인 연습벌레

이 대회 최고의 뉴스메이커라면 역시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 8개부문에서 금메달을 휩쓸면서 금 수집하는 어류로 불린 그다. 8관왕이라는 대기록 작성에다 7개의 세계신기록까지. 혼자서 만들어낸 작품이라기엔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 환상의 선수. 지난 아테네 대회에서의 6관왕 기록까지 합하면 그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열네번 목에 걸었다. 만일 그가 미국인이 아니라 자신 외엔 메달을 하나도 따낼 여력 없는 나라의 영웅으로 태어났다면 혼자서 자국을 세계 종합순위 10걸에 올리는 마법사가 됐을 것이다.

경기에서 2등을 자신의 키 이상 훌쩍 넘기는 모습도 여럿 연출, 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습에 약물설도 곧장 따랐다. 심지어 어류설까지 나돌았다. 대회 후엔 논란의 접영 100미터에서 승부조작 의혹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그의 실력을 폄하할 여지는 없다. 하루 12시간씩 물에 있지 않으면 불안해했다는 아버지의 고백에서 보듯 그는 연습벌레이자 즐길줄 아는 천재였다. 이미 4년 뒤가 기대되는 지구 최강의 수영 선수다.


23. 10번도 안 달려 브레이크 걸면서 9초6대에 진입한 마하인간

물 속에 펠프스가 있다면 땅 위엔 우사인 볼트가 있었다. 마의 9초7 벽을 깨며 100미터 달리기의 신시대를 열어젖힌 그를 보자면 인간 불가사의란 말 외엔 딱히 꺼낼 표현이 없다.

볼트는 본래 100미터 전문가가 아니다. 200미터와 400미터의 중거리가 그의 본 포지션. 100미터는 여차저차해 도전한 종목으로 이번 대회까지 공식 경기 출전은 10번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석달전 9초72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일찌감치 타이슨 가이와의 2파전 구도를 완성시킨 괴물.

그 괴물이 이번엔 스피드의 신으로 거듭났다. 100미터에서 그가 기록한 기록은 9초69. 드디어 인간이 9초6대에 진입한 것.

그런데 이것저것 뜯어보자니 탄성은 경악으로 바뀐다. 그는 0.1초 이상 스타트가 늦었다. 스타트만 보자면 결승 출전자 중 일곱번째에 랭크. 골인 당시 한쪽 운동화 끈은 풀려 있었다. 거기다가 막판에 그는 제동까지 걸었다. 상체를 뒤로 젖히고 속도를 확연히 줄이면서 손을 흔드는 세레머니에 도취해 있었다. 끝까지 제대로 달렸다면 최종 기록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알 수 없을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내가 원하면 언제든 세계 기록은 또 쓸 수 있어"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한편 그는 경기 후에도 재미있는 제스처로 팬서비스를 잊지 않는 스타 기질을 내보이면서 경외의 대상보단 재미있는 친구로 세계인들에 다가왔다.

이밖에도 400미터 계주와 200미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3관왕이 됐다. 뿐만 아니라 그 둘 역시 세계신기록 수립과 함께 순식간에 펼쳐진 환상이었다. 그는 네티즌 사이에서 근력의 신 장미란, 물의 신 펠프스, 창공의 신 이신바예바와 더불어 바람의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가 됐다.


24. 7살 터울 세계최강 연상연하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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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대의 땡벌은 적지않은 충격을 남겼다.(?)  


 
한국 배드민턴에 귀중한 올림픽 금메달 명맥을 이어준 이효정 이용대 혼합 복식 커플은 이후 일곱살의 나이차로 인해 연상연하 커플로 불려졌다. 여기엔 이용대 선수가 누나 팬들에 어필하는 큐트함과 센스가 한 몫했다. 이효정 선수의 182센티미터 장신 역시 오누이 같은 그림을 연출. 요즘 유행하는 연상연하 커플과 맞아떨어지는 점이 있어선지 언론도 연상연하를 부각시켰다.

이용대는 이후 "여자친구가 아직 없다"는 고백으로 뭇 여성팬들을 설레이게 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어보면 앞으로도 당분간은 진입금지(?) 가능성이 높아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일.


25. 강민호의 99마일 광속 글러브

강민호가 집어던진 글러브가 순간시속 99마일(158.4킬로미터)을 찍었다?

MLB의 기사 한줄(http://mlb.mlb.com/news/article.jsp?ymd=20080823&content_id=3354803&vkey=news_mlb&fext=.jsp&c_id=mlb)이 네티즌들을 웃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의 마크 뉴먼 기자는 결승전과 한국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강민호의 강속 글러브(?)를 함께 소개해 폭소를 유도했다.

해당 부분은 강민호 포수의 퇴장 상황을 묘사한 곳 중 'The glove throw was unofficially clocked at about 99 mph'(그 글러브는 99마일의 비공식 기록을 세웠다) 부분. "그는 이날밤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he fired maybe the hardest fastball of the night when he heaved his catcher's mitt at the Korea dugout wall on his way out.)란 부분에 뒤따른 설명이다.

물론 스피드건으로 이를 재봤을리 만무하다. 말 그대로 사실보도를 탈피한(?) 양념 조크였던 것.

우승 직후 외신 반응을 뒤지던 네티즌들은 이부분에 주목했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 "그걸 잴 틈도 있었냐"고 되묻는 네티즌도 있어 또한번 폭소.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는 건 류현진에 앞서 투수로 전향하는 강민호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까지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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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후 귀국 팬사인회는 성황을 이뤘다. 이게 다 강민호 덕분이다(?)  

 
경기 후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그의 99마일 광속 글러브를 탄생시킨 퇴장 상황을 회고하며 "순간 여기서 지는구나란 생각까지 했지만 도리어 그것이 분위기를 냉각시켜 한국팀에 전화위복의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구원에 나선 정대현의 침착한 투구와 한국 내야진의 훌륭한 더블 플레이가 우승을 결정지은 후, 강민호는 "내가 빠진 뒤 모두가 잘 해줄거라 믿었다"고 팀에 대한 신뢰를 밝혔다. 99마일 광속의 사나이 강민호의 향후 연봉 인상률도 99퍼센트까지 뛰어오르길 바란다.

# 사진 제공 스포츠코리아 (http://www.photoro.com/)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www.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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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으로 보는 한·일 야구 준결승, 영화같았던 이모저모
감독, 각본, 연출, 주연, 조연, 악역, 나레이션 등 결산



감독 - 김경문

'김 작가'라는 별칭이 오늘만큼은 거북치 않을 것 같다. 아슬아슬한 명경기를 연출해 보이면서도 결국 승리를 쟁취, 한국야구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화제작의 명장으로 우뚝 섰다. 대타 성공, 흔들림없는 중용에 따른 최상의 댓가 등 용병술과 혜안 모두에서 찬사를 받게 됐다.

지난 예선 미국전과 일본전에서 그는 승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곳마다 대타를 내보내 성공했다. 미국전 9회말 정근우, 일본전 9회초 김현수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 시나리오는 대거 변경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 날 경기에서 그의 부름을 받은 건 이진영. 그는 동점타를 만들어내 또한번 최상의 시나리오를 위한 전주곡을 선사했다.

뚝심의 신뢰와 중용 역시 대성공. 약관 21세(한국나이)의 김광현을 8회까지 올려보내 결국 일본을 두번 울린 것은 강철심장이란 말 밖엔 마땅한 표현이 없다. 여기에 극심한 슬럼프로 이 대회 3안타에 그친 이승엽을 끝까지 4번에 기용, 정말 중요한 마지막 순간 드라마 같은 2점 역전포를 쏘아올리게 했다.

이만하면 이번 대회 및 준결승전은 올해 야구가에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지 않을까.


각본 - 청춘 배터리 김광현, 강민호

패배한 일본 입장에선 또한번 경악할 사실이 있다. 이 날 한국 팀을 이끈 배터리는 관록의 콤비가 아닌, 시퍼런(?) 총각들이었던 것.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김광현은 88년생으로 올해 성년의 날을 맞은 소년. 그리고 그를 이끈 것은 한국나이로 쳐도 약관 24세인 강민호. 진갑용을 대신해 오른 그는 김광현과 함께 2실점으로 일본을 묶었고 타격에서도 쐐기포를 쐈다.

그렇다고 두 선수가 한솥밥을 먹는 사이도 아니다. 각각 SK와 롯데에 적을 뒀으니 일본 입장에선 "급조된 애송이 콤비한테 당했다고!"를 외칠법도 하다.

최강의 드림팀으로 금메달을 노렸던 일본은 이렇듯 준결승에서 이름도 잘 모르는 두 청년 각본가들에 휘둘려 버렸다.


주연 - 드라마의 사나이 이승엽 

영화 메이저리그를 보면 부두교 신자인 슬러거가 등장한다. 직구는 밥이지만 변화구는 쥐약, 부두신에게 담배를 바치며 "변화구 좀 치게 해달라" 기도를 올려도 진전 없던 그였기에 결승상대 양키스는 철저히 변화구로 승부한다. 7회까지 꽁꽁 묶이며 이름값은 커녕 쉬운 요릿감으로까지 전락하는 강타자. 그러나 정말 결정적 순간 각성, 단 한방으로 경기를 뒤집어 버렸다.

이승엽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것이 없는 배우였다. 이 대회에서 극심한 슬럼프로 마음고생을 했다. 결국 5번 이대호는 고의사구로 내보내면서 4번 이승엽과는 정면승부하는 상대팀의 변칙 플레이도 심심찮게 등장. 뿐만 아니라 국내 팬들조차도 이승엽에 대해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는 야유를 보내 더욱 괴로운 입장이었다.

이번 준결승에서도 그는 마지막 승부 직전까지 "정말 못한다"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첫타석부터 세번째 타석까지 삼진과 병살 등 내내 불운한 모습.

그러나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그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8회 네번째이자 마지막 타석이 그에게 돌아왔다. 중계석에서 "이승엽, 여기에선 한 번 해줘야죠"란 말이 흘러나오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초반 투낫싱까지 볼카운트가 몰리며 벼랑 끝까지 몰렸다.

그런데 이거야말로 영화 속에서나 나올 극적 설정이었다. 드라마를 위한 모든 구성을 마치고 그는 언제 슬럼프였냐는 듯 담장을 그대로 넘겨버렸다. 역전타이자 이날 결승타였다. 허구연 해설자는 "독도를 넘겨 대마도까지 날아갔다"며 좋아했고 기막히게도 홈런볼은 일본 응원석으로 날아가는 우연을 동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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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종료 후 다음에서 이승엽 홈런 다시보기 서비스를 한 SBS 제공영상은 접속자가 너무 많아 장애를 겪었다.  
 

경기가 끝나자 이승엽은 눈물을 쏟았다. 지금껏 너무 못해줘 미안했다는 말과 함께 터져나온 감정. 그러나 참고 참았던 눈물은 좌절이 아닌 행복한 눈물이었다. 4번타자의 드라마틱한 부활. 십수명의 후배들에게 병역면제 선물을 내리는 홈런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날은 그가 홈런을 칠 때마다 '영양가 없다'며 혹평하던 인터넷 영양사들조차 쥐구멍에 숨어버렸다.    

연출 - 광현, 석민 어린이들

승기를 잡은 한국은 9회초 일본의 마지막 공격에 맞서 호투한 김광현 대신 윤석민을 투입한다. 허구연 해설자는 "우리 어린이들"이라며 두 선수에 대해 애틋함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광현은 88년생, 윤석민도 86년생으로 이제 스물을 갓 넘긴 파릇파릇한 나이인 것. 일본이 8회까지 구원투수상에 빛나는 74년생 이와세 등 내노라하는 6명의 투수를 올릴 동안 한국은 김광현 한 명으로 틀어막았고 9회에 마무리로 나선 윤석민이 두번째자 마지막 카드였다. 한국의 '두 어린이 연출가'는 이 날의 극적 승리에 더할 나위없이 일조했다.


조연 - 마음 속 짐을 벗은 한기주   

중요한 때마다 구원투수로 기용됐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한 작가' 한기주는 이 날 경기엔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가 덕아웃을 비출 때마다 언뜻언뜻 얼굴을 비추며 존재감을 보였다. 한국이 2대 1로 끌려가던 때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표정을 흐리게 한 건 팀의 뒤진 스코어만이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한국이 9회초에서 스물일곱번째 아웃카운트를 외야 플라이로 잡아냈을 때 한기주는 포효했다. 승리가 결정지어지는 그 순간 덕아웃 출구에서 대기중이던 카메라는 그 누구보다 그의 급변하는 표정을 오래도록 잡아냈다. 맨 앞에서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려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다름 아닌 그였던 것. 이 장면은 승리가 확정된 잠시 후 시간차 슬로우모션으로 방영됐다. 비록 이날 승리에 직접 참여하진 못했지만 덕아웃에서 함께 뛰었던 그 역시 조역으로 한 몫을 담당한 배우였다.


악역(반동인물) - 호시노

"이승엽이 누구냐. 저런 4번타자를 두고 전승을 했다니 대단하다"

호시노 센이치 일본 감독은 여러모로 한국 팀과 팬에 있어 악역이었다. 하다못해 반동인물 중에서도 주동인물을 얄밉게 자극하며 성장을 돕는 형에 속했다. 이치로의 "30년 빠르다" 망언만큼은 아니라도 신경을 긁어놓기엔 충분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우습게 됐다. 누군지도 모른다고 깔봤던 하필 그 선수에게 역전 홈런을 얻어맞았으니 변명거리도 남지 않은 것.

마지막이 되자 그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을 약팀이라고 하지 말라, 정말 강했다"고 추켜세우는 한편 김경문 감독에게도 우승하라는 덕담을 건넨 것. 마치 주동인물에 지고나면 성격이 좋아지는(?) 어느 만화의 패턴을 보는 듯 했다.


나레이션 - 허구연

이날 경기를 MBC로 관전했던 시청자들은 또 하나의 재미를 얻었다. 허구연 해설자의 중계방송은 종일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들어와 반말 중계 이해바란다"는 담대함부터 "어린이들이 잘해주길 바래요"로 유치원장 모드에 돌입하는 등 그로 인해 듣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독도를 넘겼어요"는 두고두고 회자될 명대사. 긴장이 풀리는 순간마다 "고마워요"라며 일본 선수에게 화답하는 것 또한 웃음보를 터뜨리게 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허 해설자는 3인칭 경기 해설을 넘어 또다른 영역을 제시(?)한 선구자였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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