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선수 탈의 사진이 몰카는 아니더라도...
국제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수영선수 탈의 사진 사건을 어떻게 봐야할까?
뉴스보이가 지난 17일 낮 국내 언론사 가운데서 최초 보도한 '베이징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사진 사건'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베이징사진 공동 취재단이 찍은 수영선수 탈의 사진 자료를 <중앙일보>와 <스포츠조선>, <매일경제>, <일간스포츠> <동아> 등의 매체가 지난 14일 받아서 온라인 판에 올린 것이 중국과 일본의 매체사와 포탈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 등 각 나라 네티즌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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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가 되고 있는 베이징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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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일본의 중국뉴스 보도전문지 <서치차이나>의 보도에 따르면 IOC가 격노하여 한국 언론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양심있는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만 그런 선정적인 사진을 실은 것이 아니라 일본의 산께이신문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수영선수 탈의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도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참고기사 ▶ 한중일의 올림픽 도촬 삼국지 (뉴스보이 2008.8.17.)
참고기사 ▶ 중앙일보 올림픽 사진에 IOC 격노? (미디어오늘 2008.8.18)
이 사건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 윤리상 이러한 선정적이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보도에 대한 취급을 어떻게 해야하느냐다. 문제의 사진은 19일 오후 2시 현재 동아를 제외하고 각매체사들 모두가 삭제한 상태임을 볼 때 대체로 언론사들 스스로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첫째, 이번 사진 촬영은 몰카인가 아닌가? 만약 몰카라면 몰카 보도 행위는 어떤 취급을 받는가. 둘째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한 것도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되는가이다. 이러한 법적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언론 윤리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의, 언론 자유와 그 한계의 문제다.
몰래카메라? 러킹(lurking)?
일본과 중국 네티즌들은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몰래 보도한 SBS의 보도를 다시 거론하면서 이번에도 또 한국 언론들이 몰래카메라 보도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관해 김낙중 한국사진기자협회 회장은 오늘 (19일) 오전, 평화방송의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서 "베이징사진공동취재단의 사진은 '몰카'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점잖지 못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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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하단에 있는 러커(Lurker) 처럼 숨어서 취재하는 것을 러킹(Lurking)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 스타크래프트 홈페이지 홍보코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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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카메라'를 전문용어로는 러킹(lurking)이라고 한다. 스타크래프트게임에서 저그 종족의 러커(lurker) 유닛은 땅 밑에 숨어서 적을 공격한다. 디텍터가 러커를 탐지해내기 전까지는 상대방은 러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저그종족의 러커와 같은 방식으로 취재하는 것을 러킹 (lurking)이라고 한다.
러킹은 취대 대상이 인지못하는 사적 영역의 무단 잠입(주거침입과 업무방해의 혼합된 형태)과 취대 대상의 허락 없는 보도 행위로 구성된다. 러킹이 문제시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2년 미국의 언론사인 ABC사가 식품회사인 푸드라이온 회사의 비위생적 식품 제조 실태를 고발하는 보도를 하기 위해 푸드라이온사에 위장취업형태로 무단 침입해서 기사를 냈다.
사건은 1997년에 결론이 나서 러킹을 한 ABC사에 대해서 기사 내용은 사실이며 공익에도 합치하지만, 푸드라이온사에 무단침입한 부분에 대해 1달러라는 배상금을 물렸다. 사실상 언론사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언론사의 러킹이 적법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사건 이후부터 언론사들은 취재 과정의 적절성, 적법성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러킹이 비록 사적 영역에 대한 무단 침입으로 부터 문제가 되긴하지만 SBS의 개막식 리허설 장면 보도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일종의 러킹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사진 사건은 러킹, 즉 몰래카메라 보도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여자선수들이 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속옷을 갈아입었고 기자들은 사진취재석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보는 곳에서 속옷을 갈아입은 선수를 사진으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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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뉴미디어시대의 언론윤리로서 러킹의 문제를 잘 조명하고 있는 '디지털 딜레마'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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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중 회장의 말대로 이번 베이징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사진 사건이 몰카가, 즉 러킹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문제는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점잖지 못하고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제기되는 사안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플레인 뷰(Plain Veiw)와 프라이버시의 침해 문제다. 이 문제는 2008년 현재도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난해한 법적, 윤리적 쟁점을 갖고 있다.
우선 플레인 뷰 원칙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하자면,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의 풍경을 소개하기 위해서 기자가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도할 때 행인의 얼굴이 공개돼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만 이정도는 승인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플레인 뷰 상황의 묵시적 승인, 즉 공공의 시선에 노출된 경우에서의 묵시적인 승인으로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플레인 뷰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는 그런 상황에서 취재 대상에게 일일이 사진 촬영에 대한 승락을 구하도록 하면 보도행위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대로상에서라면 취재도 묵시적으로 승인됐다고 보는 것인데,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곳에서는 당사자들 스스로 처신과 행동을 주의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플레인 뷰 원칙의 핵심은 승인이 묵시적으로라도 필요하다는 것인데 특정 상황에서는 승인이 되어 있다고 '추정'을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또 다른 특정 상황에서는 승인이 되지 않을 수도, 즉 그 추정이 성립하지 않을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진 취재석의 기자들에게 잘 보이고 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선수가 속옷을 갈아입었다면 이것은 플레인 뷰상황의 묵시적 승인으로 인정될까?
플레인 뷰(Plain view)와 프라이버시 !
현재까지는 이런 경우는 프라이버시의 침해로 인정되지 않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프라이버시에 관한 구체적인 법조항이 없으며 다만 헌법상 권리로 모호하게 규정돼있다. 상대적으로 프라이버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고 관련 법규와 사례, 판례가 풍부한 미국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공적영역 사적영역 이분법'이 통용돼 왔다.
공적영역 사적영역 이분법이라는 것은 취재 대상의 자의에 의해서 플레인뷰 상황에 노출된 공적영역인 경우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보호받는 반면, 플레인 뷰 상황이 아닌 사적영역에서의 행위를 취재하는 행위는 프라이버시로 인정돼 보호 받으며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보도 사건은 언론의 자유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Gill v. Hearst Pub. Co (Cal. 1953) 사건에서는 한 부부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된 아이스크림 판매대 앞에서 격렬한 포옹을 하고 있던 한 부부를 잡지사가 사진으로 찍어 지면에 게재한 것에 대해 피해자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그 부부가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을 노출했으며 공공장소에서는 프라이버시란 없다고 보아 프라이버시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통적인 '공적영역 사적영역 이분법'은 현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프라이버시법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다이엘 J 솔로브 교수는 최근의 저서 '평판의 미래( The Puture of Reputation) -2007년 예일대학교 출판부 출간-'에서 실생활의 경우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구별이 모호한 영역이 많다며 공공장소에서도 프라이버시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를 섬세하게 파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자발적으로 나간 공공장소에의 행위라고 해서 모든 행위가 프라이버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일반인의 법감정상 용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가판대에서 생리대를 사거나 치질약을 사는 행위를 공공장소에서의 행위라는 이유로 그런 세세한 민망한 것들까지 허락없이 보도되는 경우에도 프라이버시침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비판이 늘어나자 최근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도 프라이버시가 인정된다는 견해를 수용했다. 2004년에 제정된 '비디오관음방지법 (Video Voyeurism Prevention Act)'에서는 "피해자가 공공장소에 있었든 개인적 장소에 있었든 상관없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공공장소에서도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경우는 연방소유의 건물 안에서만 보호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 추세로 볼 때 언젠가는 플레인 뷰 상황에서의 다양한 프라이버시 침해 유형이 법적으로 인정될 것이지만 아직은 법은 프라이버시에 관해서는 섬세하지 못하다. 프라이버시 개념이 발달한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 나라는 조악하기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조리상, 전체적인 맥락상 일반인의 상식에서 봤을 때 프라이버시는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법의 보완, 맥락과 윤리.
결론적으로, 이번 베이징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사진 사건은 몰래카메라, 즉 러킹도 아니며 프라이버시 침해로 볼 수도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엔 아직 프라이버시 법논리나 규정이 섬세하지 못하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따라서 비판을 전적으로 피해갈 수는 없다. 물론 그냥 단순히 '선정주의와 황색 저널리즘'에 따른 보도행위라고 뭉뚱그려서 비판해도 된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선정주의와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단순한 비판으로 언론사의 책임을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자각해서 지켜나갈 것이라고 맡겨놓고 낙관적으로 얼렁뚱땅 처리하기 보다는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문제 인식과 함께, 우리 사회가 언론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사회적 합의라는 이정표를 어떻게 세울까 고민해야한다.
이정표는 원칙을 따르도록 만들어 져야한다. 미국의 Restatement tort 에서는 '보도가치 테스트' 규정이 있다. 공공의 적합한 관심사를 언론이 공연히 노출시켰을 때는 보호받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명예훼손이 인정돼 불법행위가 된다는 내용이다. 그 법은 명예훼손에 관한 규정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의 경우에 전적으로 들어맞는 경우는 아니지만 그 논리를 원용할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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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0일 현재 미디어오늘 많이본 기사 1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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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안의 경우 자발적인 플레인뷰 상황의 행위지만 공적 영역에서도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옷을 갈아입은 수영선수들이 과연 자신들이 팬티를 갈아입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선정적이고 호색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곳에 사용된다면 그것을 승인할 선수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이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주장할 것이다.
맥락에 따라 그 사진은 '올림픽 경기 현장의 이모저모'라는 컨셉 아래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각 언론사들이 해당 사진을 뽑아 사용했을 때 어떤 제목을 달았는지 보면 맥락적으로 그 사진 정보가 어떤 곳에 사용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관중들 앞에서 속옷 갈아입는 대범한 수영선수', '아무도 안 보겠지?', '여기가 바로 탈의실?', '수영장서 속옷 갈아입는 선수'
이처럼 독자들의 선정적이고 호색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사용됐다는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제목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선정적이고 호색적인 호기심 충족을 위한 플레인 뷰 상황에서의 사적인 정보 공개는 공공의 적합한 관심사를 위한 정보공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당사자의 입장에 서본다면 불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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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세상의 프라이버시, 가쉽, 루머의 문제를 다룬 '평판의 미래'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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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니엘 J 솔로브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프라이버시 이론상 침해를 인정할 때 중요하게 판단되는 요소는 정보 통제, 기밀성 등이다. 해당 선수들이 자기들이 팬티를 갈아입는 모습에 관한 사진 정보에 관해 통제 가능하며 기밀(*일부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되고 일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정보를 기밀이라고 한다) 이 유지되는가에 따라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가 달라진다.
팬티를 갈아입는 수영선수들은 수영경기장에 와있었기 때문에 수영경기장이라는 특정한 공간 하에서 자신의 행위를 부끄럽지 않게 생각했고 관중들도 호색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기밀에 관한 사항이다. 수영 경기장 관중들에게만 공개되는 것을 허락한 사적 정보라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사들은 그 정보를 다시 빼내와서 수영경기장이라는 공간적 맥락과 별개로 팬티를 갈아입는 모습만 따로 떼어내서 선정적이고 호색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곳에서 사용했다. 수영선수들은 자기들이 그 사진들이 이상한 곳에 사용되는 것을 전혀 통제할 수도 없고 애초에 기대했던 기밀성도 유지되지 않고 있기에 심히 불쾌할 것이다.
독자뿐만 아니라 해당 언론사들도 -어렴풋이나마-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비판이 있자 도둑이 제 발 저려하는 듯 언론사들은 일제히 해당 사진을 내린 것이다. 동아의 경우는 아직도 내리지 않고 있는데 아마 동아가 문제없다고 여겨서 놔두고 있다기 보다는 회사의 컨트롤 타워나 회 사 정보망이 부실해서 사실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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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이화경 기자 telling7star@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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