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의 RSS 무단 재배포 금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서명덕기자가 조선일보 편집국 황순현 인터넷뉴스팀장의 말을 따왔다. 서명덕 기자와 조선일보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조선일보는 블로거들 사이에서 한겨레와 대비되며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준 듯하다.
서명덕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황순현 팀장은 “상업적 이용 여부를 떠나, 뉴스 RSS 정보는 널리 퍼뜨려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조선닷컴은 웹 2.0 벤처 기업이 RSS 메타 정보를 활용하려 할 때는 기본적으로 적극 지원 하겠다”고 말했다.
그 보도를 접한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진보적이라는 한겨레가 RSS의 자유로운 이용을 제한하면서 수구꼴통 '소인배'의 행동을 하고 있고 보수적이라는 조선일보가 RSS의 자유로운 '이용'을 지원하면서 진보적인 '대인배'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들이 나왔다.
그러나 블로거들이 오해했다. 황 팀장의 발언에서 조선일보의 입장은 RSS 무단 재배포를 금지하는 한겨레의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이 전혀 없다. 한겨레는 RSS이용이 아니라 RSS 무단재배포 이용을 문제삼았고 황 팀장은 무단재배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서 기자의 보도에는 나타나있지 않지만, 조선일보 역시 뉴스 RSS 정보를 자유롭게 구독 이용하고 있는 블로거나 기업이 조선일보의 허락없이 그것을 다시 자기의 관리하에 있는 플랫폼을 통해서 재배포한다면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어 허용할 수도 있다.
한겨레 역시 뉴스 RSS정보를 널리 퍼뜨려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RSS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하고 있다. 또 웹 2.0벤처기업이 RSS 메타정보를 활용하려 할 때는 기본적으로 적극 지원할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렇게 할 때 한겨레에게 최대의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서 기자는 최진순 기자의 블로그 댓글에서 온신협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이 '틀렸다'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적시하지 않았지만 이번의 RSS 무단 재배포 사안을 두고서 하는 말로 봐도, 어떻게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기사 제목만 노출시키는 광고타워의 전광판 뉴스의 경우에서 보듯이 '제목' 정보도 자산이다. 제 3자가 제목을 함부로 제공하거나 이용할 수 없다. 최근 일본 2심 판결은 일정한 시간 내에서, 제목만 무단으로 가져다 써도 저작권 침해를 인정해 손해배상을 명령하기도 한다.
온신협의 RSS에 관한 규정은 현 저작권법 질서 내에서 허용되는 한도에서, 즉 저작물 이용자의 주장을 법적으로 배척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온신협의 정당한 이익추구에 부합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소속 회원사들이 모두 동의하는 '최대공약수'를 집약한 것이다.
온신협은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상의 RSS 규정에 따라, RSS의 구독 등의 이용을 넘어선 특별한 이용에 대해서 금지할 수도 있고 무상으로 풀어버릴 수도 있다. 또 처음부터 RSS를 서비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용규칙은 회원사의 다양한 입장을 염두에 두고 최소한을 규정했다.
온신협 회원사는 그 어떤 전략적 행동을 취해도 온신협이용규칙과 현저작권법 질서에 배치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 저작권법 질서에 배치되지 않는 저작권자 자신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처음부터 막고 스스로의 입지를 줄이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기업은 그 소속된 사회의 구성원이 허용하고 법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허용되는 한도에서 최대한 자기에게 유리한 전략을 취할 수 있고 또 그렇게 취해야 한다. 서 기자가 이를 두고, 온신협의 이용규칙을 두고 '틀렸다'고 하는 것은 서 기자의 경영마인드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원 저작권자가 뿌린 기사의 메타정보를 활용해 이득을 올리는 기업에 대해서 원 저작권자인 미디어기업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저작권자인 미디어기업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정상 사용료를 받는 전략과 저가 혹은 무상제공 전략 중 유리한 전략을 취하게 된다.
언론사, 음반사 등 저작물을 다루는 기업의 경우는 저작권 전략을 운영함에 있어 자유로운 이용을 제한하며 저작물을 지키는 전략이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 미디어 시장이 진화할 수록 기업이 커질 수록 이용자에게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 기업에 유리해진다.
예를 들어 소니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기술적인 문제도 있기는 했지만,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너무 엄격하게 주장해서 사용료를 받아내는 바람에 아이팟 등 경쟁업체에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고 급기야는 회장이 경질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또, 세계최대 음반회사인 유니버셜뮤직의 경우, 온라인에서는 모든 음악을 공짜로 뿌려서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는 전략을 취한다. 소규모 음반회사로서는 선택불가능한 전략이지만 대규모 음반회사로서는 저작권을 풀어버려 공짜로 뿌리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기업이 덩치가 커질수록 저작물 엄격히 지키며 사용료를 받는 전략보다 자유롭게 풀어버려 무상제공 전략을 취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콘텐츠를 저렴하게, 무상으로 뿌리면 자본력이 약한 경쟁자들을 죽여버릴수 있게된다. 그리고 그 시장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뿌리는 전략은 굳이 경쟁자를 도태시키는 부정적인 방향이 아니더라도, 실상 이런 목적의 전략은 상당히 위험부담이 크며 경쟁자를 죽이는 목적이 달성될 가능성도 낮다, 긍정적인 방향에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퍼플오션 환경에서 콘텐츠 기업은 광고 기업과 단말기 혹은 플레이어 기업과 결합할 수 있다. 콘텐츠 시장보다는 광고시장과 단말기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콘텐츠 기업은 콘텐츠를 지키기 보다는 풀어서 광고와 단말기의 판매를 신장시켜 그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블로거들은 조선일보는 '대인배'고 한겨레는 '소인배'라는 비판을 거두기를 바란다. 기업은 그 기업이 대인배라서 대인배 행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저작물을 풀어준다고 해서 소비자를 위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단지 상황에 맞게 이익을 추구할 뿐이다. 이 바닥의 생리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대인배 행세를 한 것도 아니고 한겨레가 소인배 행세를 한 것도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똑같은 입장에서 똑같은 행동을 했다. 조선일보가 비교지점이 다른 부분을 대조시킨 기사를 내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기자로서 유감이다.
당사자인 표철민 대표의 블로그 포스트 역시 "RSS에 사용료를 요구하는 인터넷한겨레"라는 제목도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한겨레는 RSS에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 제목은 "RSS의 재배포에 허락을 요구하는 인터넷한겨레"라고 써야했다.
한편, 이번 한겨레쪽의 대처를 보면서 상황 판단과 대처가 적절치 못해 블로거들로부터 들어먹지 않아도 될 욕을 먹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겨레 본지와 한겨레엔(인터넷한겨레)의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끝으로, 이번 위자드닷컴의 RSS 무단 재배포 건만해도 위자드닷컴이 한겨레의 RSS를 재배포해줄 때 한겨레에게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 RSS를 통해 한겨레 사이트로 방문객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한다.
저작권의 측면에서 볼 때 저작권자의 이익이라는 것은 단순히 재산권 뿐만이 아니고 인격권의 측면에서 봐야하기 때문이다. 또 저작물의 이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이용 형태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정당한 범위를 넘는 이용에 대해서는 관리를 할 수 있어야한다.
경영적 측면에서 볼 때도 저작권자인 기업에 이익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허락없이 기업에게 이익을 주는 행동을 할 수 없다. 기업의 이익과 비용은 '기회'의 관점에서 봐야한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면 이익이 나더라도 그것은 이익이 아닌 손해다.
퍼플오션 환경에서는 그 기업이 누구와 결합하고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이익이 천차만별이다. 누구와 손을 잡고 누구를 적으로 두고 상품을 어떻게 결합시켜 어떻게 뿌리느냐로 기업의 명운이 갈리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상의 플랫폼전략을 세워야한다.
물론 별다른 사항이 없는 한 위자드닷컴 같은 중소기업과 중 대형 미디어 기업의 제휴 결합은 대체로 양당사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이번 사안을 바탕으로 위자드닷컴 같은 기업들이 한겨레나 조선일보 같은 미디어기업들과 비구혼구 (匪寇婚媾)의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 퍼플오션 : 블루오션적 성격과 레드오션적 성격을 같이 가진 새로운 형태의 시장 환경. 언뜻 블루오션 시장 같지만 신속한 신규 플랫폼 구축 컨소시엄 구축 등이 가능해 레드오션 시장으로 볼 수도 있는 시장이다. 필자가 IT기업의 전략적 경영에 관한 논리를 펴기 위해 창안한 개념이다. 퍼플오션에서는 적과 동지의 구별이 모호하다.
* 비구혼구 : 주역의 산화비(山火賁)에 나오는 일화. 도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천생배필의 좋은 짝이라는 뜻이다. 뉴미디어와 디지털콘텐츠 저작물 이용관계에 있어서 저작권자와 저작물 (무단)사용자의 관계는 비구혼구의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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